지식경제부·전력거래소 주장 ‘평행선’
과연 예비전력의 진실은 무엇일까.일단 예비전력은 전력 수요에 넉넉하게 대비하기 위한 완충 개념의 공급 여유분으로 준비되는 전기라고 보면 된다.
지난 15일 정전사태 당시 이것이 24만㎾로까지 떨어졌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량이 부족해져 수요량을 못맞추는 지경에까지 근접했었다는 뜻이다. 한순간 수요가 공급을 넘으면 전력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대정전(total blackout), 즉 암흑천지로 빠져든다.
예비력이 위험 신호를 주는 대표 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9일 지경부 국정감사에서 전력거래소는 즉시 확보할 수 있는 100만㎾, 10-20분 이내 확보할 수 있는 150만㎾, 120분 이내 이용 가능한 150만㎾ 등 400만㎾를 항상 예비력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 세 가지만을 합친 숫자를 예비력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시장운영규칙상 그렇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태 당일 전력거래소는 최소 2시간을 넘겨야만 얻을 수 있는 (장시간 소요) 발전량까지 예비력으로 셈해 보고했다고 했다. 또 그에 해당하는 물량만 202만㎾라는 것을 추후 확인했다면서 전력거래소의 ‘허위보고’를 문제삼았다.
지경부의 다른 관계자도 전력시장운영규칙상 2시간 이내 물량만 예비력으로 잡게 돼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그 세 가지를 자신들은 ‘운영예비력’이라고 하고 여기에 ‘운영예비력 초과 정지예비력’까지 합한 것을, 지경부가 이해하고있는 예비력으로 써왔다는 것이다. 초과 정지예비력은 2시간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전력거래 입찰 참여 물량이다. 결국 입찰 총량에서 수요량 및 2시간 이내 예비력을 뺀 수치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사태 당일에만 이런 예비력 셈법을 사용한 게 아니라 항상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지경부가 모를 리 없다는 시각을 비치는 이유다.
전력거래소는 지경부가 이제와서 허수가 끼었다느니, 허위보고를 했다느니 하고 나오는 것을 황당해 하면서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를 두고서는 지경부가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한 사실상 직무를 유기해 왔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하지만 “관례고, 관행이고 상관없이 규정에 없는 행태”라며 전력거래소를 겨냥한 뒤 “우리는 2시간 이내 물량만을 항상 말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그 초과 정지예비력이라는 게 중요한데, 그 규모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지경부에 대해 그렇다면 전력거래소가 주장하는 ‘관행적’ 예비력 수치가 갖는 함의를 전혀 모른 채 별다른 의심도 없이 전적으로 모든 정보를 전력거래소에 의존해 왔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전력거래소가 급박한 위기 대처에 큰 실효를 낼 수 없는 초과 정지예비력을 예비력에 포함시키는 게 타당한지, 또 그걸 사용하는 게 맞더라도 위기 대처를 위해 지경부와 그 규모를 공유해야 하는데 하지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다만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시장운영규칙 제1.1.2조 제57호에 따라 ‘예비력’은 전력수급 균형을 위해 최대수요(실시간 전력수요)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모든 발전력을 의미한다”며 초과 정지예비력이 아예 근거가 없는 개념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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