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등 월드컵 연상 일반명사 사용, 축구공 모양 상품 출시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앰부시 마케팅’에 한창이다. 월드컵이라는 명칭은 공식 후원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앰부시(Ambush)는 ‘매복’ 또는 ‘잠복’을 뜻한다. 축구에서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이 지적재산권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교모하게 월드컵이나 축구를 소재로 자사 광고나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이란 명칭, 공식 로고, 휘장, 월드컵 경기장면, 관련 엠블럼 등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행사한다. 대한축구협회도 호랑이 엠블럼, 국가대표팀 경기 장면, 대표팀 유니폼, 협회 휘장 등에 대해 지재권을 갖고 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FIFA나 축구협회가 지재권을 보유한 내용을 광고 등 마케팅에 활용하면 지재권 침해가 된다.
단 일반명사인 ‘축구’, ‘골’, ‘응원’, ‘승리’ 등의 표현과 응원 장면 등은 지재권 대상이 아니어서 어느 업체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월드컵 기간에는 축구공만 광고에 나와도 월드컵을 연상하게 되므로 비(非)후원사도 앰부시 마케팅을 잘하면 공식 후원사가 얻는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앰부시 마케팅 사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SK텔레콤이 펼친 ‘붉은 악마’ 캠페인이다. 당시 SK텔레콤은 월드컵 공식 로고 등을 쓰지 않고도 공식 후원사였던 KT 못지않은 마케팅 효과를 봤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대부분 유통업체는 광고 문구나 캠페인 이름에서 축구 관련 단어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골을 쏘라, 세븐일레븐도 쏜다’(세븐일레븐), ‘브라질 성공기원 기획전’(이마트), ‘힘내자 대한민국, 가자 홈플러스’(홈플러스), ‘이겨라 대한민국’(NS홈쇼핑), ‘코리아팀 화이팅’(CJ 오쇼핑), ‘브라질을 향해 모두 함께 열광하라’(옥션) 등이다.
주류업계에서는 드러내놓고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공식 후원사와 비후원사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오비맥주의 ‘카스 후레쉬’는 국내 맥주 가운데 최초로 월드컵 공식 맥주로 선정됐다. 오비맥주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AB인베브에 인수된 덕분이다.
월드컵을 기념해 출시한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에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 ‘피파컵’ 이미지를 담았다. 회사 측은 패키지 출시를 시작으로 버블사커대회, 클럽 응원전 등 대대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후원사가 아닌 다른 주류회사는 광고나 제품명에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거나 관련 이미지를 쓰면 안 된다.
하이트진로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라는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등 국가대표팀 선수 사진과 드리블하는 선수 이미지 등을 맥주 패키지에 담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였다.
또 월드컵 공식 샴페인을 수입해 간접적으로 월드컵을 이용한 홍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공식 샴페인으로 선정된 ‘떼땅져(Taittinger) 2014 브라질 월드컵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식품·외식업계의 대표적인 월드컵 공식 후원사들인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일찌감치 월드컵 패키지 출시와 광고 방영, 응원단 모집 등 적극적인 월드컵 마케팅에 들어갔다.
제품명이나 광고 카피에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못 쓰는 식품업체들은 축구공과 축구장 모양을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컵라면 ‘육개장 사발면’에 들어가는 소용돌이 맛살을 축구공 모양으로 바꿔 선보였다. 바나나킥, 자갈치, 오징어집, 꿀꽈배기, 포스틱 등 인기 스낵 5종의 포장도 축구의 이미지로 새롭게 단장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축구공을 형상화한 ‘축구공’, 붉은 뿔 모양 초콜릿으로 악마 캐릭터를 표현한 ‘파이팅’ 등 축구를 연상케 하는 ‘싸커 도넛’을 판매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 이후부터 공식 후원사가 아니어도 월드컵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업체가 늘어나 지재권 단속이 심해졌다”면서 “업체들도 지재권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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