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처음 나온 것은 2009년 6월 23일이었습니다. 오는 23일이면 정확히 5살이 되는 거지요. 5만원권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불룩했던 지갑이 얇아졌고, 경조사비 ‘단가’가 어느 틈엔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바로 상품권 시장입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이 발급하는 상품권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수입품이었습니다. 현금과 똑같이 사용되는 데다 백화점이라는 이미지상 높은 수준의 위·변조 방지 기술과 품질이 요구되는 때문이었지요. 영국이 독점하던 이 시장에 5년 전 도전장을 내민 곳이 한국조폐공사입니다. 지금은 국내 상품권의 90%를 조폐공사가 찍어냅니다.
이것과 5만원권이 무슨 관계냐고요? 공기업 조폐공사로 하여금 ‘상품권 수주’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한 게 다름 아닌 ‘신사임당’입니다.
5만원권이 나오면서 조폐공사의 수익은 급감했습니다. 1만원짜리 5장 찍을 게 5만원짜리 1장으로 줄었으니 하루아침에 일감이 5분의1로 줄어든 때문이지요.
지폐 제조량은 2009년 9억 9000만장에서 지난해 5억 8000만장으로 41%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떨어졌습니다. ‘고정 일감’(한국은행 화폐 등) 외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절실했던 거지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완제품 지폐를 페루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5만원권이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5만원권은 100장 발행하면 28장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72장은 누군가의 금고나 장롱, 아니면 사과상자나 마늘밭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지요. 지하경제를 더 키웠다는 불명예는 5주년을 맞은 5만원권 앞에 놓인 큰 숙제입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이 발급하는 상품권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수입품이었습니다. 현금과 똑같이 사용되는 데다 백화점이라는 이미지상 높은 수준의 위·변조 방지 기술과 품질이 요구되는 때문이었지요. 영국이 독점하던 이 시장에 5년 전 도전장을 내민 곳이 한국조폐공사입니다. 지금은 국내 상품권의 90%를 조폐공사가 찍어냅니다.
이것과 5만원권이 무슨 관계냐고요? 공기업 조폐공사로 하여금 ‘상품권 수주’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한 게 다름 아닌 ‘신사임당’입니다.
5만원권이 나오면서 조폐공사의 수익은 급감했습니다. 1만원짜리 5장 찍을 게 5만원짜리 1장으로 줄었으니 하루아침에 일감이 5분의1로 줄어든 때문이지요.
지폐 제조량은 2009년 9억 9000만장에서 지난해 5억 8000만장으로 41%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떨어졌습니다. ‘고정 일감’(한국은행 화폐 등) 외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절실했던 거지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완제품 지폐를 페루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5만원권이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5만원권은 100장 발행하면 28장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72장은 누군가의 금고나 장롱, 아니면 사과상자나 마늘밭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지요. 지하경제를 더 키웠다는 불명예는 5주년을 맞은 5만원권 앞에 놓인 큰 숙제입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6-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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