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리베이트 조사에 제약업계 긴장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동화약품의 리베이트 사건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리베이트가 쉽게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특히 이번 사건이 지난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가 시행된 이후 적발된 가장 큰 규모의 사건인 데다, 지난 7월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 제약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 CS0 통한 우회적 리베이트 만연
7일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에 적발된 동화약품 리베이트의 주요 수법 중 하나는 대행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대행업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영업전문대행업체(CSO) 등 대행업체를 통한 리베이트 제공은 리베이트 규제가 심해지면서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방식이다.
CSO의 설립이나 CSO를 통한 제약사의 영업활동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제약사 자체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서 CSO가 우회 리베이트의 통로로 인식돼 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 보건복지부도 “CSO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제약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으며, 한국제약협회 이사장단들도 지난 6월 CSO를 활용한 제약사들의 불법영업을 차단하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1인 CSO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며 “업계에 상당히 많은 CSO들이 있어서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 교묘한 방식으로 영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 가운데 한 명이 제약사로부터 원룸 월세를 제공받은 것과 같이 제약사가 ‘대납’의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관행도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감동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의사의 자녀 연수 비용까지 대기도 했다”며 “최근에도 보험을 대신 들어주거나 주유소에서 미리 결제해주는 방식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 ‘리베이트 투아웃제’ 첫 적용 어디?…업계 긴장
이번 동화약품의 리베이트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2번 이상 적발되면 급여목록에서 ‘영구 퇴출’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실시되기 전인 2010∼2012년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투아웃제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대신 복지부가 해당 약제에 대한 약가 인하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사에 대한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게 된다.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걸려 의약품이 건보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 처방과 조제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는 제재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제도 도입 이후 현장에서 리베이트가 많이 줄기도 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사 입장에서 타격이 크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실제 영업현장에서도 리베이트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약업계는 언제 리베이트 뇌관이 터질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고려대 안산병원 모 교수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대형사들이 이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지난 7월 이후 리베이트 사례가 적발되면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첫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세청이 최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상품권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이 과정에서 상품권을 통한 리베이트가 적발될 가능성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혜택이 많아지고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제약사도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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