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올 2월 443만여개로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상징이던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자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3차원(3D) 프린터 등 새로운 제조업의 출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도 높게 진행됐던 구조조정 마무리 등으로 고용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반퇴’, 파트타임 등 질 낮은 일자리 확산, 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에서 원인을 찾는 반론이 더 우세하다.
13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부문 취업자는 443만 3000명으로 1년 새 3.7%(15만 9000명)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 2012년 7월부터 32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447만 7000명) 이후 최대치다.
수출로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의 일자리는 공장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 초중반부터 줄기 시작했다. 1991년 5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998년 392만명까지 곤두박질쳤다. 1999년 반등에 성공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4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또 한 번 반등이 일어난 것은 2010년부터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생산이 2009년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가 2010년 16.7%, 2011년 6.0% 증가한 영향이 컸다. ‘미스터리’는 2012~2014년이다. 경기가 고꾸라졌던 이 기간에도 제조업 일자리가 계속 늘어난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새로운 유형의 제조업이 나타나고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온 것 등도 영향을 끼쳤지만 그보다는 단시간 근로자와 외국인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게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제조업 취업자는 2012년 36만 8000명에서 지난해 41만 8000명으로 2년 새 13.6%나 급증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베이비부머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오 실장은 “최근 제조업 취업자는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면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비정규직과 별반 차이가 없는 영세업체의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등 늘어난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2년, 2013년 임금 증가율이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다”면서 “정부가 기업에 임금을 올리라고 강요할 수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 질이 높아지도록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04-14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