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둘러 그룹 지배구조 개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확산일로에 있는 ‘반(反) 롯데’ 정서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워낙 나빠진데다 이번에 내놓은 개선 방안 역시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씻어버리기에 미흡하다는 지적때문이다.
◇ 호텔롯데 상장해도 일본 지분 70% 예상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지분율 43.07%)·롯데물산(31.13%)·롯데쇼핑(8.83%)·롯데알미늄(12.99%)·롯데리아(18.77%) 등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이런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1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다.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일본 패미리(2.11%) 등을 합하면 일본 자본이 99% 이상의 지분을 장악한 모양새여서 ‘국적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위해 신동빈 회장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작년부터 검토해온 바 있다”며 “시점은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 제가 언제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 최근 매출액 1천억원 이상 및 평균 700억원 이상 ▲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원 이상 ▲ 영업현금흐름 양(+) 등의 요건을 이미 갖춰 유가증권 시장 상장에 걸림돌은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매하는 것)을 통해 일본계 지분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상장회사가 되면 경영 정보가 공개되고 일반 주주들의 감시도 받을 수 있어 투명성 논란에서도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일본계 지분 비율이 이미 99%를 넘어선 상황이라 구주 매출을 하더라도 국내 자본 비중이 최대 20% 안팎에서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다시 말해 일본 지분이 70% 이상 남아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벗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 11곳이 구주 매출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상당 규모의 자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도 또 다른 논란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 순환출자 해소에 자금부담 없나
경영권 분쟁 속에 또 한가지 논란이 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으로 재계서열 5위 그룹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한 416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회사가 발전하고 각 계열사가 인수 대금을 조달해 여러 건의 인수·합병(M&A)을 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회로보다 복잡하다는 비판을 샀던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올해 안에 80% 이상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다는 게 롯데의 목표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를 새로 설립할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가 진행중이다.
롯데 측은 이런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에 약 7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몇개 계열사의 지분만 정리하면 한꺼번에 여러개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데 무리가 없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이는(7조원의 재원은) 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로 연구 개발과 신규 채용 등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되지만…”이라고 말한 대목은 자금부담을 들면서 정부에 ‘유예’를 청원하는 듯한 태도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 일본풍·재벌 독단경영, 국민정서와 배치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며 롯데가 왜 한국 기업인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사과는 국민적으로 형성된 반감은 물론 최근 롯데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롯데호텔을 포함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일본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롯데호텔은 국부를 일본으로 유출한 창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롯데호텔의 주요 주주인 일본 L투자회사도 한국에 일본 자본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생긴 창구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가져온 ‘반 롯데’ 정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을 소폭 낮추는 정도로 기업 오너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본식 경영 방식과, 오너 일가끼리 일본식 이름을 부르며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이날 한국어로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거듭 말했으나 말투에서는 일본어 억양과 발음이 강하게 묻어났다.
낯뜨거운 경영권 분쟁 와중에 제기된 의혹과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권에 대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에 대한 질문에 신동빈 회장은 “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다”라고 사실상 동문서답을 했다.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지분이 아닌 경영권을 세습하는 한국 재벌의 고질병이라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롯데 사태의 본질은 주식이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의 대상이 아닌 경영권까지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벌들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권오임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일본 지분을 축소해도 대다수 주주가 일본계로 구성될 것”이라며 “기존에 롯데가 가진 불공정한 이미지와 전근대적 경영 방식이 대한 개선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워낙 나빠진데다 이번에 내놓은 개선 방안 역시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씻어버리기에 미흡하다는 지적때문이다.
◇ 호텔롯데 상장해도 일본 지분 70% 예상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지분율 43.07%)·롯데물산(31.13%)·롯데쇼핑(8.83%)·롯데알미늄(12.99%)·롯데리아(18.77%) 등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이런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1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다.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일본 패미리(2.11%) 등을 합하면 일본 자본이 99% 이상의 지분을 장악한 모양새여서 ‘국적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위해 신동빈 회장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작년부터 검토해온 바 있다”며 “시점은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 제가 언제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 최근 매출액 1천억원 이상 및 평균 700억원 이상 ▲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원 이상 ▲ 영업현금흐름 양(+) 등의 요건을 이미 갖춰 유가증권 시장 상장에 걸림돌은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매하는 것)을 통해 일본계 지분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상장회사가 되면 경영 정보가 공개되고 일반 주주들의 감시도 받을 수 있어 투명성 논란에서도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일본계 지분 비율이 이미 99%를 넘어선 상황이라 구주 매출을 하더라도 국내 자본 비중이 최대 20% 안팎에서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다시 말해 일본 지분이 70% 이상 남아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벗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 11곳이 구주 매출을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상당 규모의 자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도 또 다른 논란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 순환출자 해소에 자금부담 없나
경영권 분쟁 속에 또 한가지 논란이 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으로 재계서열 5위 그룹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한 416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회사가 발전하고 각 계열사가 인수 대금을 조달해 여러 건의 인수·합병(M&A)을 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회로보다 복잡하다는 비판을 샀던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올해 안에 80% 이상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다는 게 롯데의 목표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를 새로 설립할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가 진행중이다.
롯데 측은 이런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에 약 7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주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몇개 계열사의 지분만 정리하면 한꺼번에 여러개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데 무리가 없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이는(7조원의 재원은) 그룹 순수익의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로 연구 개발과 신규 채용 등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되지만…”이라고 말한 대목은 자금부담을 들면서 정부에 ‘유예’를 청원하는 듯한 태도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 일본풍·재벌 독단경영, 국민정서와 배치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며 롯데가 왜 한국 기업인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사과는 국민적으로 형성된 반감은 물론 최근 롯데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롯데호텔을 포함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일본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한국 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롯데호텔은 국부를 일본으로 유출한 창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롯데호텔의 주요 주주인 일본 L투자회사도 한국에 일본 자본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생긴 창구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가져온 ‘반 롯데’ 정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을 소폭 낮추는 정도로 기업 오너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본식 경영 방식과, 오너 일가끼리 일본식 이름을 부르며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이날 한국어로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거듭 말했으나 말투에서는 일본어 억양과 발음이 강하게 묻어났다.
낯뜨거운 경영권 분쟁 와중에 제기된 의혹과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권에 대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에 대한 질문에 신동빈 회장은 “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다”라고 사실상 동문서답을 했다.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지분이 아닌 경영권을 세습하는 한국 재벌의 고질병이라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롯데 사태의 본질은 주식이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의 대상이 아닌 경영권까지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벌들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권오임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일본 지분을 축소해도 대다수 주주가 일본계로 구성될 것”이라며 “기존에 롯데가 가진 불공정한 이미지와 전근대적 경영 방식이 대한 개선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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