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품에 안긴 홈플러스 새국면…고가매입 후폭풍

MBK 품에 안긴 홈플러스 새국면…고가매입 후폭풍

입력 2015-09-07 16:44
수정 2015-09-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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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조 투자후 재매각할 듯…유통시장 지각변동

영국 테스코가 7일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기기로 최종 계약을 체결, 홈플러스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우선 매도 과정에서 불거진 고가 매입, 위로금 지급 및 ‘먹튀’ 논란의 후폭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물을 사들인 후 되팔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인 사모펀드가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됨에 따라 재매각 작업은 불가피하며 그로 인한 노사 갈등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분야별, 점포별로 쪼개져 매각될 것으로 보여 그에 따른 국내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도 뒤따를 전망이다. 다만, MBK가 홈플러스에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재매각은 투자기간이 지나고나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행스러운 건 테스코와 MBK가 ‘절세’를 목적으로 계획했던 1조3천억원대 선(先) 배당 계획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양측은 홈플러스의 현금 보유액이 바닥 수준인데도 거액을 차입해 선 배당받으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선 배당 의지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 예상 밖 ‘고가 매입’…테스코, 수조원대 양도차익 실현

홈플러스는 애초 삼성물산 소유였다가 테스코가 지분 100%를 인수해 경영해오다가 영국 본사의 경영 악화로 작년부터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작년에도 국내외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타진했으나, 테스코의 희망 매도가격에 근접하지 못해 무산됐다. 당시 국내 유력 유통업체가 제시했던 가격은 최대 6조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최종 합의 가격은 7조2천억원으로, 무려 1조2천억원이 뛰었다. MBK가 지분 100% 매입금액(equity value) 5조8천억원을 내고 차입금 1조4천억원을 떠안는 것이다.

업계에선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유통업계의 경영 악화로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을 가능성이 큰 데도 예상 밖 고가 매각이라고 의아해 한다.

특히 테스코가 실시한 올해 예비입찰에서 MBK 등 사모펀드 5곳이 써낸 가격이 6조7천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입찰과 최종 딜(거래)를 통해 MBK가 그보다도 5천억원이 많은 7조2천억원에 최종 계약을 마쳤다.

7조2천억원은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옛 LG카드 인수가격인 6조6천765억원을 웃돌아 국내 M&A 역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테스코는 지난 1999년 4월 삼성물산과 합작사를 설립한 뒤 삼성물산 지분 추가 인수를 통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총 투자액은 8천113억원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스코는 15년여에 걸쳐 1조5천억원 홈플러스 회사채에 대한 이자 수익과 배당, 로열티(상표 사용료·최근 5년간 918억원) 등의 명목으로 이미 투자 원금에 가까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에 수조원대의 양도 차익을 손에 쥐게 됐다.

◇ 재매각 불가피…향후 갈등 주목

홈플러스 노조는 이미 “MBK는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분할 매각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걸 명확하게 하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이날 최종 계약 타결 후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면서 “MBK는 직원들과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 발언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것이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의 속성으로 볼 때 MBK가 사들인 홈플러스에 대해 점포별로 경영진단을 시행, 최소 인원으로 최대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만들고 분할 매각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매각 작업의 사전 절차인 구조조정을 놓고 MBK와 홈플러스 노조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양측이 ‘강 대 강’ 대결로 갈 가능성도 있지만, 접점을 찾을 여지가 없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MBK와 홈플러스 노조의 간극을 줄이기위해 위로금 지급 카드가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MBK는 합병에 따른 직원들 위로금 지급 여부가 계약서 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MBK로선 홈플러스 경영진과의 협의를 거쳐 위로금 지급을 결정할 수도 있다. MBK는 2013년 1월 코웨이 인수 때도 임직원에게 약 250억원의 위로금을 준 바 있다.

홈플러스 노조로서도 경영진에게 몰아주는 차등지급이 아닌 노조원들에게도 합리적인 분배가 이뤄지는 위로금 지급이라면 수용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MBK와 테스코가 추진해오던 1조3천억원대의 ‘선 배당 지급’ 계획이 철회됨에 따라 그로 인한 반발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로 모은 개인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MBK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예정이어서 이로인한 갈등도 예상된다.

◇ 홈플러스 재매각 따른 유통시장 판도변화

MBK가 2년간 1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건 일단 경영정상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기간을 거쳐 MBK는 통째로 팔지, 분할매각할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점포별, 분야별 분할 매각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슈퍼마켓과 편의점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대형마트에는 농협과 현대백화점 등이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테스코의 예비입찰에 나섰다가 떨어진 오리온은 물론, 면세점 진출의지를 밝힌 두산도 유통업 진출을 노릴 가능성 커 중장기적으로 홈플러스 재매각에 따른 국내 유통시장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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