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고 때리고 버려도 아동학대 근절 안되는 이유 있었다

묶고 때리고 버려도 아동학대 근절 안되는 이유 있었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10-12 10:38
수정 2016-10-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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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거의 안돼…“적극 매달리지 않는 수사당국도 문제 …아이 귀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에 미래없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와 아기를 묶어놓고 수없이 매질하고 수일간 홀로 방치하며 짐승만도 못한 인면수심의 아동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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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와 가해자 검거 건수는 크게 증가했으나 검찰의 기소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때문이다. 불우한 어린시절, 현재의 경제적 궁핍, 어린 나이 등 피의자를 향한 ‘온정주의’가 아직도 존재하는데다 사회적 반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증거 제시 난항 등 수사당국의 ‘부족한 의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등 선진국은 ‘신데렐라법’처럼 폭언과 지속적인 모욕 등 ‘감정적’ 학대만 해도 처벌하는 것에 비해 여전히 한국은 아동학대에 관련한 사후처리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검찰과 사회 전반 등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기소율은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후 83.1%까지 올라갔다가 작년에는 54.3%로 감소하고 올해(이하 1∼8월)에는 46.3%까지 떨어졌다.

구속률 역시 2014년 5.6%에서 2015년 3.7%로 급락했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0.6% 포인트 올라간 4.3%로 집계됐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와 검거 인원은 처벌법이 시행된 2014년 9월 29일부터 그해 12월 31일까지 각각 2546명과 267명이었고, 작년에는 6926명과 1천973명, 올해는 1만486명과 2097명으로 증가세다.

하지만 기소 이후 형사재판으로 넘겨져 징역형(금고 포함)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10명, 올해는 15명에 불과했다.



물리적으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에게 평생을 짊어져야 할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고도 정작 구속되는 인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내 애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후진적인 고정관념과 ‘남 일 상관하지 말자’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은 아동학대가 사회적인 범죄라는 인식을 약화시키고,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신고해봤자 소용없다’는 좌절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피해 아동이 법원으로부터 보호명령을 받은 경우도 극히 적어 학대 피해자가 제대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보호명령 결정 건수는 경찰의 아동학대 사범 검거 건수의 9% 정도다.

보호명령은 경찰을 거치지 않고 판사의 직권이나 변호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 등이 청구해 법원 결정으로 가해자 접근금지, 친권 제한 등을 실시해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다. 올해 4살 아이를 한 시민은 “가뜩이나 저출산 국가에서, 그것도 자신이 낳은 아이를 그렇게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한 비정한 부모들이 많은데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는 검찰이나 법원, 남 얘기라며 신고조차 안하는 무관심한 이웃과 아동교육기관에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며 “아이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고 비난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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