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조직·돈 줄이겠습니다”… 고개 숙인 국책銀

“사람·조직·돈 줄이겠습니다”… 고개 숙인 국책銀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06-23 22:34
수정 2016-06-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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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유관기관 취업 원천 차단

산은, 구조조정 외부 자문단 신설
수은, 부실여신 비율 2%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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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3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 등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3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 등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40년 금융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어떤 이유에서든 현직인 제 책임이 가장 크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쳤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새롭게 태어나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3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공적자금 수조원을 수혈받게 된 데 대한 ‘사죄’였다. 같은 날 수출입은행도 고개를 떨궜다. 두 국책은행은 조직·사람·돈을 줄이기로 했다. 임직원의 자회사 및 유관기관 취업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 추정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구조조정 상황이 악화되면 산은과 수은에 5조∼8조원 수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 세금을 수혈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고통분담 계획서(‘혁신 강화 방안’)를 두 은행은 각각 내놓았다.

산은은 회장 직속 ‘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산업별·학계·회계·법률 등 전문가 40∼50명으로 구성된 ‘제3자 목소리’를 통해 구조조정 업무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출자 자회사 관리도 체계화한다. 지난 2월 설치된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서 연간 출자회사에 대한 출자와 매각 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출자회사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임직원 재취업도 엄격히 관리한다. 비금융 출자회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취업을 금지하고 산은이 구조조정 중인 출자회사 임원 추천 절차는 깐깐하게 따지기로 했다. 2021년까지 정원의 10%도 단계적으로 줄인다. 당초 2020년까지 82개 지점을 74개로 축소하려던 계획도 앞당긴다. 수은은 여신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인력을 늘린다. 구조조정 전문위원회와 외부 자문단도 새로 만든다. 이를 통해 부실여신 비율을 2020년까지 2% 아래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수은도 임직원의 구조조정 유관기관 재취업은 원천 차단했다. 9개 본부는 2018년까지 7개로 줄인다. 부행장 숫자도 현직들의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10명에서 8명으로 줄인다.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은 “산은뿐만 아니라 정책금융을 끌어 온 정부와 국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산은 역할 재정립을 포함해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주문했다. 이어 “산은은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나 민간 금융사들과 협력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온렌딩(중소·중견기업 지원 정책금융)과 협조융자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06-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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