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랑스러운 족보/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자랑스러운 족보/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02-23 00:00
수정 2012-02-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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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는 족보에 일가견이 있으셨다. 족보가 없어 내심 고민하는 이들에게 뿌리를 찾아 족보를 만들어 준 일을 늘 자랑하셨다.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 여전히 ‘양반’을 따지는 보수적인 동네이다 보니 족보가 없으면 근본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대접을 못 받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족보가 미국에서 ‘개가’를 올렸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조카가 인류학 강의를 들었는데, 교수가 내준 과제가 조상들의 뿌리 찾기였다고 한다. 조카는 큰오빠가 보내준 족보 몇장을 복사해 제출했더니 교수를 비롯해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니, 온 집안 가족들의 역사가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나온 책자가 각 가정마다 있다니….”

평소 이사 다닐 때 족보책을 담은 박스를 거추장스럽게만 여겼다. 별 쓸모도 없는 책자를 왜 그리 싸안고 다녀야 하는지, 푸념도 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조상들의 뿌리가 담긴 기록물이자 훌륭한 문화유산인 족보를 그리 홀대했다는 사실이….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0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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