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권리’ 주장 사우디女 또 체포…저항 확산

‘운전할 권리’ 주장 사우디女 또 체포…저항 확산

입력 2011-05-24 00:00
수정 2011-05-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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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전 금지제 폐지 운동에 1만2천명 지지 표명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한 여성의 체포를 계기로 이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는 저항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사우디의 정보통신 전문가인 마날 알-셰리프(32)는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페이스북 사이트에 올렸다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당국에 연행됐다가 몇 시간 만에 석방됐지만, 다음날 새벽 운전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체포됐다.

현지 보안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사회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체포된 알-셰리프에게는 조사를 위해 5일간 구금 명령이 내려졌다. 차 안에 있던 남자형제 1명도 함께 수감됐다.

알-셰리프는 다른 여성들과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여성 운전 금지제의 철폐를 촉구하면서 오는 6월17일 여성 운전자들이 차를 몰고 거리로 나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고 이에 1만2천명이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페이지는 삭제됐고 트위터 계정은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백명의 운동가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대, 알-셰리프의 석방은 물론이고 여성 운전 금지제의 철폐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칼럼니스트인 칼프 알-하르비는 알-와탄 신문에 실은 글에서 “알-셰리프와 모든 여성이 자신의 차를 운전해 아이들을 병원에 태워주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운전사 없이 일터에 가게 하자”고 주장했다.

왈리드 아보우 엘-케이르라는 남성 사회운동가는 트위터 계정에 사우디 국왕에게 알-셰리프의 석방과 여성 운전 금지제의 폐지를 약속해달라는 청원운동을 펼쳐 300명의 지지를 얻었다.

일부에서는 알-셰리프 체포와 관련한 보안 당국의 발 빠른 대응이 아랍 전역에 부는 민주화 바람에 대한 사우디 왕국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올해 초 개혁을 요구하는 소규모 시위를 단시일에 제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정부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으로 믿는다”라며 미 행정부가 알-셰리프의 상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선 자녀교육과 직장, 장 보기, 진료 등으로 운전이 필요한 여성은 운전사를 고용하거나 남자 친척에게 부탁해야 한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법률 문서는 없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와하비즘)를 따르는 성직자들은 여성이 운전하면 모르는 남성과 접촉할 기회가 생겨 도덕적 가치가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에 의해 여성 운전 금지제가 운영되지만 사우디 이외 지역의 주요 이슬람 성직자들은 이 제도를 주장하지 않는다.

사우디에선 20년 전 리야드 거리에서 운전 시위를 벌였던 여성 47명이 체포돼 직장을 잃고 여행금지 조처를 당했으며 2007년에도 3천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해 이 제도의 철폐를 추진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알-라스주에서 또 다른 여성이 2명의 친척 여성과 함께 먼 거리의 식품점에 갔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때로 사막 오지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전에도 자신이 운전한 적이 있다는 이 여성은 자신에게는 운전을 도와줄 남자 친척이 없다고 말했다고 알-리야드 신문 웹사이트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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