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 감금 기자들의 ‘악몽’ 120시간

트리폴리 감금 기자들의 ‘악몽’ 120시간

입력 2011-08-25 00:00
수정 2011-08-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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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의 근거지였던 수도 트리폴리의 릭소스 호텔에서 닷새 동안 억류됐던 미국 CNN 방송 기자가 극적으로 풀려난 뒤 24일(현지시각) ‘악몽’ 같았던 120시간을 털어놨다.

매튜 찬스 기자는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포함한 외신기자들을 감금했던 카다피 친위대가 “우리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스파이로 취급했다”면서 억류 생활은 “악몽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친위대가 “리비아인들이 서로 죽이는 모습을 보니 이제 만족하냐”고 비난하며, 자신들을 나토군의 연계 세력으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텔에 함께 갇혔었던 외신기자 34명과 함께 카다피군이 자신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거나 처형할 것을 걱정하며 “피해망상적인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떠올렸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미국 기자 역시 25일자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친위대가 우리로 하여금 카다피가 승리하는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 그들은 수천명의 카다피군이 호텔 뒤 숲속에 숨어 있고, 자신들이 나토군을 격퇴했다고 거짓말했다”고 말했다.

찬스는 리비아 반군이 트리폴리로 진격해 카다피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까지 점령한 상황에서도 친위대가 사실상의 인질극을 벌였던 건, 카다피의 귀환을 굳게 믿었을 뿐만 아니라 상황 파악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NN의 한 프로듀서는 카다피 친위대 중 한 명이 자신에게 “지금 밖이 어떤 상황인지 말해달라”며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고, 또 다른 대원은 가족 이야기를 꺼내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24일 카다피 친위대는 자신들의 무기를 기자들에게 넘겨주면서 “이젠 (호텔 밖으로) 나가게 해주겠다”고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였다.

찬스는 자신과 외신 기자들이 석방 협상을 중개한 적십자 측과 영국 방송 BBC 측이 마련한 차량을 이용해 이날 오후 4시30분(트리폴리 현지시각)께 호텔을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릭소스에서 탈출한 기자들은 안전한 지역에 위치한 ‘코린티아’ 호텔에 도착해 동료 기자,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를 나눴다.

카다피 친위대에 석방 협상을 중개했던 적십자의 한나 살레 대변인은 “그들은 젊은 청년들이었고, 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불안해 보였다”고 전했다.

릭소스 호텔은 아지지야 요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카다피 정부가 외신기자들을 위해 지정한 숙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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