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한 올· 머리카락 한 가닥…19년전 ‘그날 밤’ 기억해냈다

섬유 한 올· 머리카락 한 가닥…19년전 ‘그날 밤’ 기억해냈다

입력 2012-01-05 00:00
수정 2012-01-05 00: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미제 될 뻔한 ‘英 흑인 로런스 살인’

‘한 가닥의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섬유 한 올, 그리고 숨겨진 혈흔’

말 없이 진실을 품었던 세 가지 증거가 인종차별자에게 살해당한 원혼의 한을 19년 만에 풀어줬다. 1993년 영국 사회에 인종차별과 법 정의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던 ‘스티븐 로런스 살인사건’은 3일(현지시간) 피의자 2명이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런던 중앙형사법원은 4일 흑인 청년 로런스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개리 돕슨(36)에게 최소 15년 2개월형을 선고했고 공범인 데이비드 노리스(35)에게는 최소 14년 3개월형을 선고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법원 배심원단은 전날 두 사람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평결 순간 법정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로런스의 어머니 도린은 “기쁨의 눈물이 결코 아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어찌 기쁘겠는가.”라면서 “범인들은 여전히 잘못을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살해피의자에 15년형

로런스 가족의 비극은 1993년 4월 22일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18세이던 로런스는 사건 당일 밤 런던 남부 엘덤 버스정류장에서 또래인 백인 청년 갱단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사건 발생 다음 날 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용의자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손쉽게 끝날 듯했다. 경찰은 곧바로 백인 청년 5명을 체포해 2명을 구속했다. 로런스의 친구 듀웨인 브룩 등은 목격자로 나서 자신이 지켜본 광경을 전했다. 범인들이 “뭐야? 깜둥아.”라고 조롱하며 칼로 로런스를 두 차례 찔렀다는 등의 구체적 증언이 뒤따랐다. 하지만 붙잡힌 용의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풀려났다.

●백인 용의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묻힐 뻔했던 ‘그날 밤의 진실’은 부모의 끈질긴 추적과 성난 여론 덕에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 아버지 네빌과 어머니 도린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돕슨과 노리스 등 피의자가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997년 신문 1면에 용의자 5명의 이름을 실명으로 적은 뒤 “만약 당신들이 무죄라면 우리를 고소하라.”고 말했다.

‘스티븐 로런스 살인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93년 4월 23일 한 공중전화 박스에서 발견된 메모. 종이에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이 가운데 데이비드 노리스(②번)와 개리 돕슨(④번)만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았다. BBC 홈페이지
‘스티븐 로런스 살인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93년 4월 23일 한 공중전화 박스에서 발견된 메모. 종이에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이 가운데 데이비드 노리스(②번)와 개리 돕슨(④번)만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았다.
BBC 홈페이지
인종 차별 논란이 들끓자 영국 정부는 1997년 맥퍼슨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건과 수사 과정을 전면 재조사했다. 조사를 이끈 윌리엄 맥퍼슨은 “경찰이 제도적 인종차별에 빠져 수사상 기본적 임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발표했다. 또 법의학 기술을 총동원해 새로운 증거들을 찾았다. 돕슨의 재킷에 묻은 미세한 혈흔에서는 로런스의 DNA가 검출됐고 노리스의 바지에서는 로런스의 머리카락을 찾았다. 증거물로 압수한 두 피의자의 옷가지에서 로런스가 입었던 옷의 섬유도 검출했다.

●1993년 인종차별논란 들끓자 재조사

로런스의 희생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졌고 의회는 경찰 등 모든 공공기관이 어떤 인종이든 공평히 대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로런스의 죽음을 목격했던 친구 브룩은 평결 이후 트위터에 “정의가 아주 조금은 실현됐다.”는 글을 올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구미경 서울시의원, 성동구상공회·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식에서 축사

서울시의회 구미경 의원(국민의힘, 성동 제2선거구)은 지난 10일 한양대학교 HIT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성동구상공회·한양대학교 제24기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지역 경제를 이끄는 경영자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수료식은 서울대 주영섭 교수(전 중소기업청장)의 특별강연으로 시작됐다. 주 교수는 ‘대전환 시대의 패러다임 혁명과 기업 경영혁신 전략’을 주제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 속에서 지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적 통찰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최고경영자과정은 성동구상공회와 한양대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내 기업인들의 경영 역량 제고와 산업 간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개설되고 있다. 구 의원은 축사를 통해 “쉽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수료생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기업과 상공인이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시의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성동구상공회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와 함께 지역산업의 경쟁력
thumbnail - 구미경 서울시의원, 성동구상공회·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식에서 축사

2012-01-05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