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위에 2천여명 참가, 170여명 체포…다른 도시서도 시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에서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반대해온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BBNews=News1
이건 ‘정치’재판이야…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38)가 횡령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항의하는 시위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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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공판에서 횡령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나발니가 가두시위를 촉구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릍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시위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처음에 수백 명에 불과했던 시위 참가자들은 점점 늘어나 2천여 명까지 불어났다. 당국은 시위 현장 주변에 수십 대의 경찰 차량과 병력, 테러진압 부대원들을 집결시켜두고 시위 차단에 나섰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허가 없는 시위는 불법이니 해산하라”고 설득했지만, 참가자들은 ‘자유를 달라’, ‘푸틴 없는 러시아’, ‘경찰 국가는 물러가라’, ‘푸틴은 도둑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했다.
현장엔 나발니 반대자들도 나와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거듭된 설득에도 시위대가 말을 듣지 않자 경찰은 곧바로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열을 지어 시위대를 밀쳐 내면서 저항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내 호송차에 태운 뒤 연행했다. 인권 운동가 레프 포노마료프, 작가 드미트리 비코프 등 약 170명의 야권 인사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진압 작전으로 시위대는 저녁 9시께 대부분 해산당했다.
이날 모스크바 외에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일부 도시들에서도 나발니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모스크바 자모스크보레츠키 법원은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천100만 루블(약 5억9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에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그의 동생 올렉 나발니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나발니는 재판 뒤 법원 건물 밖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현 정권은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붕괴돼야 한다. 오늘 모두가 가두 시위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나발니는 당국의 사법 절차가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자신의 반정부 활동 때문이라고 비판해 왔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2011년 총선 이후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며 반(反) 푸틴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올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엔 올림픽 시설 건설 과정에서 저질러진 정부 관리들과 국영기업 등의 대규모 비리를 폭로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시위가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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