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엄궁서 30분간 회견…”인권·철강 등 건설적인 논의”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겠다며 벼르던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가 정작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코빈 당수가 이날 오후 버킹엄궁에서 시 주석과 30분간 회견했으며 “화기애애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코빈 당수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의 인권과 철강 등 현안을 거론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문과 중국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의견 교환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날 회견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인권은 가장 마지막에 언급했다.
노동당은 “코빈 당수는 이날 만남에서 6억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중국의 놀라운 성취에 찬사를 보냈으며 영국과 영국 노동당, 중국 간의 역사적 인연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인들이 치른 공헌과 희생 등에 대해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코빈 당수와 시 주석은 또한 환경과 경제적 불평등, 테러 등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당면 문제도 논의했다고 노동당은 전했다.
노동당은 시 주석의 영국 방문과 맞물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인 인권과 철강산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명 말미에 “코빈 당수는 인권과 중국산 철강 수입이 영국 철강업계에 미치는 충격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코빈 당수는 이날 회견에 앞서 의회에서 이뤄진 시 주석의 중국어 연설에도 참석했으며 통역기를 쓰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바로 옆에 앉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통역기를 쓰지 않아 구설에 오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코빈 당수는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영국에서는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시 주석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류사오밍 주영 중국대사가 영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방문 기간에 인권 문제가 제기된다면 시 주석이 불쾌해할 것이며 노동당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잇따라 경고해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 영국 철강업계와 언론들은 자국 철강산업 위기의 원인으로 ‘중국산 철강 덤핑’을 지목하면서 캐머런 총리에게 시 주석과 면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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