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교류 일정 예정대로 진행…인공섬 건설 놓고 ‘평행선’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상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이에 따라 미 해군 구축함의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 진입을 둘러싸고 미·중간 첨예한 대결국면으로 치닫던 이번 사태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과 우성리(吳勝利)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화상회의(VTC) 형식의 군사회담에서 양측간 대화를 지속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합의문을 준수해나기로 했다고 디펜스뉴스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 위기 통보’ ‘공중 조우’ 대처 요령 등을 담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두 건의 합의문을 체결한 바 있다.
리처드슨 총장이 지난달 중순 취임한 이후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우 사령관과 군사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시간 약간 넘게 이뤄진 회담에서 양국은 이번 사태를 놓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호킨스 미국 해군 대변인은 “회담이 전문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해군 구축함 라센함(DDG 82)이 27일 오전(남중국해 현지시간)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의 12해리(약 22.2㎞) 이내로 진입한 것은 국제법상으로 허용된 항행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앞으로도 이 같은 항행이 정례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리처드슨 총장 측은 회담 직후 “항행의 자유를 위한 작전은 국제법에 따라 모든 나라에게 보장된 해양과 영공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은 특정국가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우 사령관은 미 해군 구축함의 남중국해 인공섬 진입이 중국의 영유권에 도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중국 정부의 ‘엄정한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군대는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고 있고 굳건한 결심과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며 “중국군은 앞으로 필요(상황)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각종 안전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은 그러나 다음달과 12월로 예정된 함대 입항 등 군사교류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해나가기로 했으며, 연내 추가로 화상 군사회담을 여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해군의 한 소함대가 오는 3일 미국 플로리다 주 메이포트에 입항하고,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스콧 스위프트 태평양함대 사령관도 조만간 방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팽팽하던 미국과 중국의 대결국면이 일단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양측 모두 근본적으로는 기존 입장과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군함의 인공섬 진입에 중국은 남중국해 배치 선박을 대폭 늘리는 ‘인해전술’로 맞서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다른 아시아 국가나 미국의 해군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과 마주치는 일이 최근 들어 부쩍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나온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중국 남해함대가 모두 116척의 함선을 보유 중이며, 이 외에 중국 해상경비대가 보유한 500t급 이상 선박도 200척 이상에 달한다.
반면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해군 제7함대의 함선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포함해 55척에 불과하다.
군사전문가들은 로이터에 “실제 충돌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점한 미군이 유리하겠지만 해상 대치 상황에서는 중국의 수적 우세를 염두에 둬야한다”며 “미군의 인공섬 12해리 진입이 반복되면서 중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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