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퇴임 이후 강연료·방송출연료 내역 블로그에 공개… ’고액강연 등 무분별 돈벌이’ 오보 반박…伊정치권 흥분
그리스 3차 구제금융을 전후해 유명 인사로 떠오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이 퇴임 이후 강연과 방송 출연 수입 내역을 전격 공개했다.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출신의 전직 장관이 그리스 경제위기 와중에 얻은 세간의 관심을 활용, 무분별하게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이 내역을 공개하고 트위터로 영국 더타임스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밝혔으나 뜻하지 않게 이탈리아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분노를 촉발했다.
지난 7월 재무장관직에서 퇴임한 바루파키스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퇴임 이후 지금까지 20여 차례 강연·방송출연으로 얻은 수입을 공개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 가운데 대부분은 무료였으며 다른 나라 도시에서 한 강연은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권만 받았다.
유료였던 3차례 강연의 경우 각 500~1천700유로(약 60만~210만원)를 받아 그의 비중으로 보면 큰 금액은 아니었다.
눈에 띄는 건 영국 공영 BBC방송과 이탈리아 공영 RAI방송 출연료, 10월 싱가포르 아브라지 그룹 주최의 사모펀드투자자 회의 강연료 정도다.
바루파키스는 9월 27일 이탈리아 공영 제3 RAI 방송의 ‘케 템포 케 파’ 프로그램에 22분 출연해 인터뷰하고 2만4천유로와 1등석 왕복항공권(2천300유로)을 받았다고 밝혔다.
1분당 1천유로(약 125만원)가 넘는 셈이다.
반면에 이보다 사흘 앞서 열린 영국 공영 BBC방송의 60분짜리 토론 프로그램에는 일반석 왕복항공권만 받고 출연했다.
싱가포르에서 받은 강연료 2만8천유로(약 3천500만원)에 대해 바루파키스는 “기득권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고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료직 사임 이래 시간과 에너지를 그리스 민중 정치의 정신을 유럽의 심장부에 전달하는데 쏟아왔다면서 이를 위해 8월부터 지금까지 유럽 도시들을 20여 차례 방문했다고 밝혔다.
현재 ‘변화를 위한 범유럽 운동’을 이끄는 한편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강력 주장하고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수를 지지 표명을 하는 등 정치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수입 내역 공개는 더타임스 등 영국 보수 신문들을 중심으로 언론이 “연설 한 번에 6만유로를 요구하고 (그리스 은행이 아닌) 오만에 있는 HSBC은행 지점 계좌로 송금받는다”고 계속 공격하자 반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사들은 앞서 그리스 일간지 프로토테마가 “바루파키스와 계약한 강연 알선업체 ‘런던 스피커 뷰로’의 에이전트로부터 입수한 이메일”이라며 보도한 내용을 첨삭 되풀이한 것이다.
프로토테마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을 결렬시키고 자본통제를 불러옴으로써 그리스 경제 파탄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 큰돈을 벌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공개 내역에 따르면, 보도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과장돼 있다.
한편, 내역이 공개되자 이탈리아에선 국민의 시청료로 유지되는 공영방송인 RAI가 지나치게 많은 출연료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야당인 포르자 이탈리아(FI)는 “공영방송이 이처럼 거액을 지불한 것은 전례없고,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RAI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RAI는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인 엔데몰이 직접 접촉하고 출연료를 결정, 섭외했다고 해명했으나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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