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구호 어색, 생포 아닌 사살…러 대사 저격범 동기 의구심

이슬람구호 어색, 생포 아닌 사살…러 대사 저격범 동기 의구심

입력 2016-12-23 09:22
수정 2016-12-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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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아랍권 매체 “일반적 지하드주의자와 달라”

터키정부가 러시아대사 살해범을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자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지만 범인과 그 배후, 동기에 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22일 터키·아랍권 언론은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주재 러시아대사를 저격한 터키 경찰관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의 현장 영상과 이후 사살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알튼타시는 카를로프 대사가 쓰러진 후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고, “우리는 지하드의 부름에 순종하는 자들이다” 등 극단주의조직 알카에다의 나시드, 즉 찬가를 읊었다.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하는 성스러운 전쟁) 추종자들이 하는 식으로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는 또 “시리아 알레포를 잊지 말라”고도 소리쳤다.

사고 후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이자 ‘급진’ 시리아반군 조직인 ‘자바트 알누스라’가 배후를 자처하는 성명도 유포됐다.

표면적으로 알튼타시는 수니파 극단주의 동조자로서,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작전에 항의·보복할 의도로 대사를 살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녹화된 동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튼타시의 지하드주의자 행세는 어색한 곳 투성이다.

우선 지하드주의자는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는 동작, 즉 ‘타우히드’를 표현할 때 왼손을 쓰지 않는다. 왼손은 오른손과 달리 부정(不淨)한 손이다.

동영상 속 알튼타시는 알카에다 나시드를 암송하지만, 그의 아랍어는 부정확할 뿐 아니라 간신히 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지하드주의자들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살상해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는 것과 달리 알튼타시는 러시아대사 외에는공격하지 않았다.

터키 일간지 휘리예트의 보도에 따르면 알튼타시의 탄창에 든 총탄 11발 가운데 9발이 카를로프 대사의 몸에서 나왔다.

그는 전시회 참석자들에게 “당신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현장에서 내보냈다.

사건 직후 유포된 알누스라의 성명은 가짜로 확인됐다.

터키·아랍권 언론은 알튼타시가 극단 이슬람주의자라거나, 시리아내전에 대한 보복할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다른 동기를 갖고 러시아를 대사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바흐 등 터키 친정부 성향 매체들은 알튼타시가 귈렌주의자로, 러시아·터키의 관계에 타격을 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대통령은 전날 저격범과 귈렌 세력의 연관성을 처음 언급했다.

현장에 출동한 터키경찰이 알튼타시를 사살한 데 대해서도 음모론적 해석이 파다하다.

러시아대사를 쏜 후 다른 참석자를 공격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알튼타시를 제압·생포하지 않고 굳이 사살해 진실과 배후를 명백히 규명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휘리예트는 22일 ‘러시아대사 살해범은 입막음을 당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러한 의혹이 퍼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알튼타시가 경찰의 투항 요구에 응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기 때문에 사살됐다고 터키 일간 하베르튀르크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 처음 출동한 경찰이 알튼타시에게 투항하라고 요구했으나, 그는 “나는 죽으려고 여기 왔다”며 거부했다.

뒤이어 출동한 특수부대의 총에 다리를 맞아 쓰러진 뒤에도 그는 권총에 탄창을 바꿔 끼운 뒤 총격을 계속했다고 터키 당국은 설명했다.

이어 알튼타시가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 순간 경찰은 자폭 시도라고 판단해 그에게 일제 사격을 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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