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정치 활동을 견제하려는 월가 애널리스트를 향해 “입 닫아라!”라면서 거칠게 반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머스크가 돌연 ‘아메리카당’ 창당을 발표하는 바람에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 전문가들이 본업에 집중하라고 조언하며 이사회 개입을 요구했지만, 머스크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에 글을 올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를 향해 “입 닫아라, 댄”이라고 쏘아붙였다. 아이브스가 자신의 엑스에 머스크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자는 글을 올린 데 따른 반응이었다.
아이브스는 이 글에서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25% 의결권을 주고 머스크가 별도로 운영하는 인공지능(AI) 기업인 xAI를 테슬라와 합병할 길을 열어주되,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투입하는 시간에 대한 통제 장치를 설정하고 정치 활동을 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머스크가 ‘아메리카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다가 7일 새 정당 창당을 발표했다. 이 발표로 테슬라 주가는 하루 새 7% 가깝게 떨어졌으며 시가총액은 68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브스가 머스크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 테니, 대신 테슬라 CEO로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정치 활동은 자제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아이브스는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테슬라 이사회는 반드시 행동하고 머스크를 위한 기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연속극은 끝나야 한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이 ‘테슬라의 전환점’을 만들었으며, CEO를 통제하기 위한 회사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월가에서 아이브스는 테슬라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는 애널리스트로 꼽혀왔다. 그의 테슬라 목표 주가 500달러는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집계하는 전체 애널리스트 중 최고 수준이다.
이번 사건 이후에도 아이브스가 몸 담은 웨드부시증권은 테슬라에 대한 목표 주가와 매수 추천을 유지했다.
머스크의 지속적인 정치 활동을 비판하는 것은 아이브스만이 아니다. 올해 테슬라 주가는 약 25% 하락하며 빅테크 기업 중 단연 최악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들은 머스크의 정치적인 발언이 테슬라 이익과 전기차 판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주식 등급을 매수에서 보유 수준으로 내렸다.
“머스크가 사업에 대해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주의가 정치로 분산되는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지쳐가고 있으며, 이제는 하락 요인만 보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머스크의 노력이 로보택시 출시에 집중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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