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 차질 이어 안보위협 커질 듯
美 정치권 “사이공 패배보다 더 최악
9·11테러 날에 美대사관 불 태울수도”
이달 말 미군 완전 철수를 앞두고 무장반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빠르게 점령, 15일 정부군이 사실상 백기 선언을 내놓음에 따라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군 철수, 탈레반 장악 이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힘의 공백’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열강의 무덤’으로 치달았던 제국주의 당시의 중앙아시아 정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됐다.미국 정치권에선 최근 아프간의 상황을 ‘1975년 프리퀀트 윈드 작전’에 빗대는 논평이 나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 상황은 1975년 사이공에서의 굴욕적인 패배보다 더 최악인 속편”이라면서 “9·11 테러 20주년에 탈레반이 카불의 미국 대사관을 불태우며 축하하는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가 꺼내 든 ‘프리퀀트 윈드 작전’은 베트남전쟁 막바지에 미군이 포격을 피해 감행한 탈출 작전으로 당시 이틀 동안 13만 8000여명이 다급하게 탈출해야 했다.
탈레반이 빠르게 진격하면서 미국이 이날 카불의 자국 대사관에 있는 주요 인력들을 36시간 안에 대피시킨다는 작전에 돌입하자 매코널 의원이 미국이 패배한 전쟁인 베트남전을 언급한 것이다. 2500~3500명 수준이던 미군 병력을 단계적으로 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공군력을 추가로 동원해 탈레반 세력 확대를 막는 작전을 병행했어야 했다는 아프간 전문가들의 주장도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미군은 철수하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중러는 이미 지난주에 중국 북서부에서 대규모 대테러 합동훈련을 가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터(SCMP)가 15일 보도했다. 양국은 다음달 중순엔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훈련을 실시한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중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 무역권을 구상하는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잠재력에 기대를 품어 왔다. 그런데 아프간을 탈레반이 장악한다면 중러와 중앙아시아 간 경제협력 구상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안보위협 또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특히 탈레반의 부흥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이슬람 테러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탈레반의 전신인 무자헤딘이 지원했던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의 세력이 커지는 데 따른 우려이다.
2021-08-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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