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뒤집힌 ‘오심사형’ … 고개 숙인 중국 공권력

18년 만에 뒤집힌 ‘오심사형’ … 고개 숙인 중국 공권력

입력 2014-12-16 00:00
수정 2014-12-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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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뒤집힌 ’오심사형’…고개숙인 中공권력
18년만에 뒤집힌 ’오심사형’…고개숙인 中공권력 성폭행과 살인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쓰고 18년 전 사형된 중국 소수민족 10대 청년에 대해 중국 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8살의 나이로 사형당한 후거지러투(呼格吉勒圖).
중국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사진 캡처
”후거지러투 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너무나 가슴 아픈 것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15일 오전 8시30분. 자오젠핑(趙建平)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고급인민고등법원 부원장은 18년 전 ‘오심 사형’으로 세상을 떠난 소수민족 청년 후거지러투(呼格吉勒圖)의 부모 앞에 머리를 숙이고 이렇게 사죄했다.

네이멍구 고급인민법원은 전날 열린 재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1996년 판결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으며 (유죄라는) 증거도 부족하다”며 이미 세상을 떠난 후거지러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 자체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점도 무죄선고 이유로 제시했다.

1996년 당시 18세였던 후거지러투는 자신이 일하던 담배공장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했다가 성폭행 살인범으로 몰렸다. 살벌한 법집행 분위기 속에서 수사, 기소, 사형선고와 사형집행은 불과 62일 만에 종결됐다.

이 청년의 모친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당한 불공정함을 호소하며 당국에 호소했지만, 결과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

9년이 지난 2005년 연쇄살인 혐의로 체포된 자오즈훙(趙志紅)이 ‘후거지러투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면서 한때 파문이 일기도 했지만, 중국당국은 좀처럼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회피했다.

네이멍구 고급인민법원은 또다시 9년이 흐른 지난달 중순에 와서야 이 사건을 재조사한다고 선언했다.

법원의 이번 재조사 결정은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지난 11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헌법통치’를 선언하고 사법제도 개혁에 시동을 건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은 후거지러투 모친은 눈물을 왈칵 쏟으며 “아들아, 결국에는 이런 날이 왔구나. 너는 이제부터 무죄가 됐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날 재심 판결문을 후거지러투가 잠든 묘로 가지고 가 불에 태웠다.

법원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금으로 3만 위안(약 530만원)을 건네고 추가적인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보(新京報)는 위로금과 장례비 등을 포함해 국가는 최소한 104만 위안(약 1억8천여 만원) 이상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원은 또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공안, 검찰, 법원 관계자들에 대해 이미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위법행위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법당국이 사형선고와 같은 중요한 판결내용을 재심과정에서 뒤집은 것은 아주 드믄 일로, 중국언론들은 이번 재심결과를 대서특필하며 중국의 사법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공안당국의 강압적 수사와 재판부의 기계적인 판결과정에서 비롯된 또 다른 ‘억울한 사건, 허위조작 사건, 오심 사건’ 들에 대해서도 재심신청이 빗발칠 가능성이 있어 중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대표적인 ‘오심사형’ 의혹사건 중 하나로 꼽혀온 ‘녜수빈(섭<手변없는攝>樹斌) 사건’도 재조사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어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 결과 역시 중국사회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녜수빈은 1994년 8월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 교외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22살의 나이로 사형당한 청년이다. 그러나 2005년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나면서 ‘오심사형’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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