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크림·러시아 합병은 무효” 동부엔 ‘러시아어·분권 약속’ 유화책 분리주의자 “안 믿어”… 푸틴도 경고
페트로 포로셴코(48)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그가 동부 지역 충돌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했고 분리주의자들은 그를 무시해 새 정부 앞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AP통신 등이 8일 전했다.포로셴코의 대통령 취임식 몇 시간 뒤 러시아는 불법적인 밀입국을 단속하기 위해 국경 수비를 강화했다. 러시아가 동부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한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의 지적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포로셴코는 7일(현지시간) 키예프의 최고 의회에서 진행된 취임사에서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에 대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우크라이나”라고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크림반도를 어떻게 재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포로셴코는 조만간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동부 지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어는 유일한 국가 언어”이지만 러시아어의 자유로운 이용과 지방분권도 약속했다. 그는 또한 “최대한 빨리 EU와의 경제 협력 협정을 체결해 유럽으로의 통합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2015년까지 유럽과의 비자 면제 협정 체결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EU와 정치부문 협력 협정에 서명한 우크라이나는 이달 27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경제부문 협력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을 때 그는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노르망디 70주년 기념식에서 그와 가진 면담에서 “우크라이나가 EU와 FTA 등을 포함한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 러시아도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하겠다는 의미였다.
도네츠크공화국의 지도자라 자칭하는 데니스 푸실린은 “포로셴코가 도네츠크에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루간스크 지역 분리주의 지도자 발레리 볼로토프는 “그가 ‘사면하겠다’고 말했지만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포로셴코와 푸틴은 러시아 대표가 8일 키예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탄생했다’던 포로셴코 정부를 현실적으로 대화의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2014-06-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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