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물 보따리’로 그리스와 밀착… 서방 견제

러 ‘선물 보따리’로 그리스와 밀착… 서방 견제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15-04-09 00:16
수정 2015-04-09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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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치프라스 회동… 심기 불편 EU

“제 코가 석 자인데 도울 형편이 되나.” “그리스의 시간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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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를 하려 하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8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를 하려 하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유럽 등 서방 언론이 내놓은 쓴소리다. 8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그리스에 신규 대출 및 천연가스 공급가 할인 등이 포함된 ‘선물 보따리’를 안길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그리스의 친러시아 행보에 대한 경계령이 확산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삐걱대는 러시아에 그리스와의 밀월은 서방을 자극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EU 등 채권국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흑심은 일찌감치 간파됐다. 두 정상이 만나는 시점은 미묘했다. 회담 하루 뒤인 9일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4억 4800만 유로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 ‘돈줄’을 쥔 EU 등 채권국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그리스는 친러시아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방 제재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1999년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리스에 대한 통 큰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러시아 유력지 코메르산트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천연가스 공급가 인하와 신규 대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 대가로 러시아가 원하는 건 그리스의 ‘자산’이다. 구체적인 자산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매체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영가스회사(DEPA)와 국영철도회사 자회사인 트레인OSE, 아테네와 테살로니키의 항구 지분 등이다.

이날 치프라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그리스 농산물 금수 해제도 시사했다.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지난해 8월부터 EU산 농산품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고, 이는 그리스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이날 TV를 통해 중계된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치프라스 총리의 방문이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양국 간 교역량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볼 기회”라고 말했다. 제재로 양국 간 교역량은 40% 감소했다.

속셈 뻔한 두 나라의 밀월 관계에 EU는 심기가 불편하다. 앞서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러시아의 지원을 얻는 대가로 그리스가 EU의 외교정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리스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관계연구소의 콘스탄티노스 필리스 연구원은 AP통신에 “그리스에 러시아는 EU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러시아 경제도 심각한 상황에서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2015-04-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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