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흥행수입 1천억원 육박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 감독의 신작 ‘바람 분다’가 논쟁 속에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영화계가 흥행 성적의 지표로 삼는 주말(토·일) 흥행기록에서 ‘바람불다’는 지난 24∼25일 23만7천72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6일까지의 누적 관객수는 649만 6천388명에 달한다.
이 영화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가미카제’ 공격에 쓰인 것으로 유명한 전투기 ‘제로센(零戰)’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1903∼1982)의 꿈과 연애담을 다룬 작품이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위의 포뇨’ 등 미야자키 감독의 종전 히트작들의 주 관객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어른들을 주 관객층으로 만든 것이어서 이전 작품만큼 인기를 모을지 의문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불식시키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사회에서 역사인식과 관련한 논란도 불러 일으켰다.
’전쟁과 재해(간토대지진)의 와중에도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매진한 젊은이가 있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주인공이 만든 전투기가 일본 군국주의의 도구로 쓰인데 대한 비판적 인식이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런 반면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야자키 감독이 ‘전후체제 탈피’를 지향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인식과 헌법개정 추진 등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자 우익진영에서 반발했다.
한편 영화가 전쟁을 미화하거나 비판하는 등의 민감한 화두를 던지기 보다는 일본인들이 지닌 정서의 뿌리를 건드림으로써 관객들이 향수를 느끼게 만든 것이 흥행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본이 2차대전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했지만 자국민이 만든 ‘제로센’은 서양 전투기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일본인들에게 잠재돼 있기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야자키 감독은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시대 속에 자기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은 부정적인 짐을 지고 만다”며 “호리코시 지로가 옳다고 생각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잘못했다고 쉽게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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