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환영식 및 기념촬영 때 마주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9.7.15 AP 연합뉴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한일, WHO(세계무역기구)서 공방…이 연장선 위에 출구는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일 양국이 아무리 대립하더라도 어딘가에서 출구를 찾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외교라 할 수 없다”며 양국이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마이니치는 먼저 수출 규제를 놓고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WTO일반이사회에서 양국 태표가 벌언 설전 상황을 전하면서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과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모두 강경 자세를 고수해 서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을 강행하면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등 민간 차원의 불매 운동이 확산할 것이라며 양국이 보복의 악숙환에 빠지면 문제가 한층 꼬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을 백색 국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정령) 개정안을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는 이번 WTO 회의에서 의장국인 태국 대표가 “양국이 우호적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직접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역사 인식 등으로 정치적으로 악화해도 밀접한 경제와 민간 교류가 기반을 지탱해 왔다”면서 “정치 문제가 경제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약할”이라고 일본 정부 측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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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의 부용고, 송현고, 의정부고 등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 동참 선언 기자회견’에서 각자 장래 희망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9.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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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는 “한일 양국은 이제 서로를 비난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면서 “특히 외교 책임자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에 한탄스럽다”고 고노 다로 외무상을 겨냥했다.
이 신문은 지난 19일 고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 말을 끊고 “매우 무례하다”고 보도진 앞에서 ‘질책’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외교사절을 상대로 한 이런 이례적 대응은 냉정한 대화를 어렵게 하고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문 대통령에 대해선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 설치에 응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책임 방기(放棄)라고 비판했다. 또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 북한 문제 등 폭이 넓다면서 반감을 부추기는 설전과 위협 조의 태도를 버리고 이성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쿄신문도 ‘냉정하게 대화로 해결하라’는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당초 총리, 관방장관, 경제산업상이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정치적 알력이 (수출규제의) 배경에 있다고 시사했다”면서 이후 무역 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거나 자유무역 이념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안보상의 이유라고 말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WTO는 안전보장을 이유로 한 무역 제한의 남용을 경계하고 있다며 뒤죽박죽인 일련의 일본 정부 대응이 무역 문제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정치적 이용’으로 판단될 경우 일본에 엄혹한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WTO의 분쟁 처리는 결론 도출까지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그동안 한일 대립이 이어져 국민감정은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어느 쪽이 이겨도 심각한 응어리를 남길 것”이라며 “분쟁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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