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그랑팔레 ‘빌 비올라’전 성황
“나는 비디오 아트와 함께 태어났다.”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2005년 작품 ‘불의 여인’. 극단적인 대립의 세계가 합일을 이룬다.
이번 전시에는 ‘리플렉팅 풀’(1977~1979), ‘하늘과 땅’(1992), ‘놀란 사람들의 오중주’(2000), ‘카트린의 방’(2001), ‘4개의 손’(2001), ‘트리스탄의 승천’(2005), ‘꿈꾸는 사람들’(2013)까지 1977년부터 최근까지 30여년간 제작된 비올라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빌 비올라 스튜디오가 소장한 작품뿐 아니라 프랑스의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 등의 개인 소장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빌 비올라는 백남준에 의해 전자매체에서 예술의 도구로 변화한 비디오를 현대미술의 핵심 미디어이자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로 유명하다. 그의 비디오 작업은 저속 혹은 고속 촬영기법의 이미지 촬영과 재생 속도의 변형에서 출발하지만 기술로 만들어 낸 디지털 이미지들이 기술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움을 지닌다. 인간의 시각이 경험할 수 없는 이미지들과 속도의 미세한 순간을 잡아낸 이미지들이 엮어 내는 섬세한 영상언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사유를 경험하게 한다. 대립하는 물과 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사용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 인연의 회귀, 의식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 준다. ‘리프렉팅 풀’은 개인의 시간이 멈춰 서도 세상은 흘러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하늘과 땅’은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과 나이 든 여인의 얼굴이 맞닿도록 두 개의 진공관을 설치한 작품이다. ‘트리스탄의 승천’은 육신의 죽음 이후 영혼이 거센 물줄기를 따라 솟구쳐 올라 빛의 세계와 합류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불의 여인’(2005)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장벽 앞에 서 있던 여인이 쓰러지면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불의 경계가 녹아들고 극단적 대립의 세계가 합일을 이룬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파리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4-04-22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