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가발 유통업체 일군 김광석 사장

미국 최대 가발 유통업체 일군 김광석 사장

입력 2015-10-14 09:03
수정 2015-10-14 09:0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미국 소매점 중 60%이상 거래…연매출 3억 달러

이미지 확대
숭실고와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서울 토박이 청년은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1978년 12월 말 미국에 이민했다. 37년이 지난 지금, 이 청년은 연간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 최대 가발 유통업체인 ‘셰이크-앤-고’(Shake-N-Go)를 경영하는 CEO가 됐다.

주인공은 김광석(사진, 59) 사장. 국내 언론과 미국 한인사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회사 이름은 알려졌지만 그를 알아보는 이는 드물다. 국내 방송사가 ‘성공스토리’로 소개하겠다고 여러 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그는 좀처럼 얼굴을 알리지 않았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조병태 명예회장의 권유로 2013년부터 월드옥타와 뉴욕한인경제인협회의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경주에서 열리는 제14차 한상대회에 리딩CEO 자격으로 참가한 그는 14일 행사장인 화백컨벤션센터가 아닌 힐튼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간곡히 인터뷰를 거절하는 그를 호텔로 찾아가 만났다. “보시다시피 제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잘 나서질 않아요. 다른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에게 회사 이름 ‘셰이크-앤-고’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직역하면 ‘흔들며 가다’이겠죠. 좋은 가발은 흔들기만 하면 모양이 딱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나쁜 가발은 한번 흔들면 스타일이 엉망이고, 폼이 안 나요. 한마디로 ‘스타일이 나온다’로 생각하면 됩니다.”

김 사장은 기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약간 경계심을 늦춘 듯했다. 곧바로 회사 소개를 부탁했다. “본사는 뉴욕주 동남부의 포트워싱턴에 있고요, 직원은 325명입니다. 셰이크-앤-고가 모회사이고, 자회사로 ‘모델모델 헤어패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고만 해도 10만 평방피트(9천290㎡), 6만5천 평방피트(6천38㎡)짜리 2개입니다. 이달 말부터는 애틀랜타에도 10만 평방피트 규모의 창고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미국 전역의 8천여 개 소매점 가운데 5천 개가 넘는 업체와 거래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어지간한 가게의 중심 진열대에는 우리 회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회사 자랑이 열심인 그에게 ‘어떻게 가발업과 인연을 맺게 됐느냐’고 말을 자르며 질문했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첫발을 디딘 그는 코닥,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서 10년 정도 근무했다. 아버지와는 달리 목회자보다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회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기타를 수입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기타는 계절을 타는 상품이었다.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 등 기념일에만 선물용으로 팔릴 뿐 평상시에는 찾는 이가 없어 재미를 못 봤다. 게다가 태평양을 건너면서 예민한 악기에 크랙(균열)이 생기는 등 불량이 나기도 했다.

”악기 수입·판매는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 즈음, 로체스터에서 뉴욕으로 이사했어요. 그때 친척 중 한 분이 ‘가발가게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죠. 그래서 1986년 뉴욕시 자메이카에 있는 벼룩시장에 5천 달러(당시 환율 기준 450만 원)를 투자해 ‘김스 휴먼헤어’라는 이름의 가게를 냈습니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됐고, 1991년 동생 김희석(54) 부사장과 ‘셰이크-앤-고’를 창업했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철학과를 나온 동생은 시너지를 발휘하며 회사를 키워냈다.

2004년 매출액 5천만 달러였던 회사는 2년 만에 1억 달러를 넘겼고 2007년 1억 5천700만 달러, 2010년 2억 6천만 달러를 거쳐 2012년 3억 달러를 돌파했다. 매출액에서는 미국 내 대기업들과 견줄 수가 없지만, 종합 헤어제품을 취급하는 회사 가운데는 단일 회사로 최대 규모다. 8억∼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헤어제품 시장에서 3억 달러의 매출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 사장의 성공 노하우는 뭘까.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즉각 그 제품을 내놨어요. 당시 머리에 붙이는 익스텐션 제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발 빠르게 사들여 고객에게 제공했죠. 전략은 주효했죠. 그러나 물건을 대주는 수입업체들이 익스텐션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해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직접 발품을 팔아 공장을 찾아야 했어요.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의 헤어제품 공장을 방문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고, 매출은 수직으로 상승했죠.”

그러나 이미 가발시장에 뛰어든 수입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경쟁사들은 중국 공장들과의 ‘관시’(關係)를 자랑하며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거래 중단을 통보하는 때도 있었던 것이다.

김 사장은 이런 홀대 속에서도 황소처럼 버텼다. 무작정 공장을 찾아가 원하는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두 달이건 석 달이건 체류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일했다. 그런 무모함에 감동한 공장들은 그에게 제품 공급을 약속했고, 그들과 함께 수많은 신상품을 만들어 미국 소매업체들에게 뿌릴 수 있었다.

김 사장은 헤어제품은 미국에서 ‘해가 지지 않는 산업’이라고 자신한다. 흑인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이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포부가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