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희망” vs “위안부, 관계개선 중요요소”
한일이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개최를 향한 길목에서 고도의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한중일 정상회담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도 열릴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담을 활용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꾸준히 시사해왔고, 일본 역시 이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유엔총회 계기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간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한일 정상회담 문제는 주요 의제로 올랐다.
이 회담에서도 기시다 외무상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한일) 양자 정상회담은 다음 단계에서 실무자 간, 국장급에서 후속 협의를 하면서 검토할 것”이라면서 한일간에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일간 온도차의 핵심 배경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한일관계 개선의 실질적 모멘텀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 갈등의 핵심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 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한일정상 회담 개최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우리 정부는 일본을 최대한 압박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분들이 살아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윤 장관이 기시다 외상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면서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의 진전이 없을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핵심으로 한 과거사 문제가 사실상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처럼 작용해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일 양국은 9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에도 일본 정부의 책임인정과 피해자에 대한 재정 지원 명목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속시원히 풀고 가겠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어떻게든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일본군 위안부 이슈를 이 상태로 그냥 넘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일간 신경전으로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시각이 없지 않지만, 위안부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없어도 한일 정상회담은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정 정도의 매듭을 짓고 갈지, 위안부의 해결을 다소 뒤로 미룬 채 한일관계에서의 투트랙 전략을 정상회담으로까지 확대할지 우리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일 양국은 이달 중, 한중일 정상회담 이전에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추가 협의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도 기시다 외무상과의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국장급 후속협의 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당연히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2가지 선택지가 있다”면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선반 위에 올려놓고 당분간 보류한 상태에서 안보나 경제문제 등을 중심으로 한일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사 문제를 타결짓고 갈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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