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비 리베이트’ 파문 속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 부각 못 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15일로 16주년을 맞았지만, 햇볕정책의 계승을 공언해 온 국민의당 분위기가 밝지 않다.이날 더불어민주당이 파주 임진각으로 달려가 현지에서 최고위를 여는 등 6·15 선언 16주년을 맞아 현장 행보에 나섰지만, 국민의당은 당 안팎의 복잡한 상황에 국회에 머물며 숨을 죽인 채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만 토로할 뿐이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 인사를 대거 흡수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특사를 맡아 물밑에서 활약한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상임고문, DJ의 마지막 비서관 최경환 의원 등 핵심 인물들이 국민의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또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개성공단 조성을 이끌었던 정동영 의원 등 DJ·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 기조였던 햇볕정책의 입안·계승자들이 대거 모인 셈이다.
이날 당 지도부의 발언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모든 남북 간 공식 대화채널이 단절되는 등 6·15 선언 이후 쌓아온 남북관계가 지금은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맞아 대응에 부심하느라 6·15 선언 16주년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치고 나가기 어려운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는 현실에 마음이 몹시 무겁다”고 먼저 운을 뗐고, 천정배 공동대표도 “16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3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회동할 때 내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대통령의 말씀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강경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반드시 국민의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만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북한 문제의 해결과 인도적 지원 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핵과 핵 이외 남북문제를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남북 간 대화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 국회라도 나서서 국회 회담을 통해 남북 간 회담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들도 결국 ‘말의 성찬’이었을 뿐, 최고위를 마친 직후 국민의당 지도부는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단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여부를 놓고 토론에 들어가야만 했다. 당이 맞닥뜨린 거대한 악재 속에서 허우적대느라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기념일을 기릴 여유가 없었던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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