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오열하는 軍의문사 가족들
“무능한 부모라는 생각,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10년 동안 나를 짓눌렀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 일병과 또 다른 모든 윤 일병을 위한 추모제’에 참석한 한 어머니가 군에서 잃은 아들의 영정을 가슴에 끌어안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02년 사망 강신일 이경
하지만 당시 강 이경 사건을 조사한 송파경찰서는 “부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투신, 자살했다”며 내사종결했다. 강씨는 2007년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 결과 중대 소속 간부들의 은폐 시도가 확인됐다. 간부들은 강 이경의 자살 직후 대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또 조사를 받을 때 ‘안 때렸다, 안 괴롭혔다, 정말 잘해줬다’는 말을 하도록 시켰다.
군의문사위는 “(송파경찰서는) 선임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고 신병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한 지휘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경찰은 아들의 나약한 성격을 지목하며 부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쪽으로만 몰아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2002년 사망 서승완 일병
서 일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한 선임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밝혀낸 건 군 당국이 아닌 작은아버지 서모(57)씨였다. 그는 “헌병대에서는 승완이가 어렸을 적 자전거를 타다가 발뒤꿈치가 바퀴에 걸려 아킬레스건을 다친 일을 ‘지병’으로 몰고 갔다”면서 “입대 전까지 큰 불편이 없어 진료를 받은 적도 없는데 입대 후 ‘구보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을 꼬투리 삼아 지병으로 우울증이 심해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완이의 죽음과 구타 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가해자 및 부대 지휘관들에 대한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서씨의 노력으로 군의문사위는 “간부들의 부적절한 부대 관리”를 사인에 추가했고 서 일병은 순직 처리됐다.
“국가가 불렀다면 군 복무 중 다쳤든, 죽었든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개인 잘못으로 치부하기 일쑤죠. 자살하거나 구타로 숨진 병사들을 ‘부대 미적응’ 운운하며 모욕합니다. 징병검사에서는 현역 판정을 내려놓고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면 당사자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자식이 못나서 군대에서 죽은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것이 군·경 의문사 유가족들입니다.” 서씨는 조카의 죽음과 윤 일병 사건이 ‘판박이’라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08-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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