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 “차량·인력 증가” “오바마 방한 맞춰 강행” 우려도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차량 증가와 자재 반입 등의 특이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핵실험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차량이 증가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며 “이전과 다른 수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특정 갱도에 가림막으로 보이는 물체가 설치되고 평소보다 많은 인력이 오가는 징후도 함께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풍계리 서쪽 갱도에서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남쪽 갱도 굴착도 완료한 상태다. 지하 핵실험은 갱도 굴착 이후에도 지진파 탐지 등 계측장비 설치 및 계측장비와 지상통제소 간 통신케이블 연결, 경도 되메우기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오는 25~26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과 인민군 창건일(25일)에 맞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실험장에 고급 승용차의 왕래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져 북한 당국 인사들이 방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단 핵실험장 일대에 계측장비 설치 등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만큼 4차 핵실험이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도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맞춰 자신들이 결단만 하면 얼마든지 4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고 북한 핵 문제가 임박한 위험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일종의 ‘핵 시위’의 성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외무성은 앞서 지난달 30일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북한 핵실험이 임박한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차량 움직임이 증가하는 것도 위장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4-04-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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