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혐의’ 印尼 여성 석방…고국으로 돌아가

‘김정남 살해 혐의’ 印尼 여성 석방…고국으로 돌아가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9-03-11 22:42
수정 2019-03-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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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檢 기소 취하…이유 안 밝혀

시티 “행복해”…베트남 여성도 풀려날 듯
말레이시아, 양국 정부 관계 고려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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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아이샤. AFP 연합뉴스
시티 아이샤.
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금됐던 인도네시아 여성이 말레이시아 검찰의 기소 취하로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갔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을 담당해 온 말레이시아 이스칸다르 아흐마드 검사는 이날 인도네시아 국적의 피고인 시티 아이샤(27)에 대한 살인 혐의 기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취하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017년 10월부터 재판을 진행해 온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검찰의 기소 취하를 받아들여 시티의 석방을 결정했다. 다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닌 만큼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다시 소환될 여지도 남아 있다.

시티는 이날 재판소를 나온 뒤 야소나 라올리 인도네시아 법무인권장관과 함께 귀국했다. 시티는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석방이 이뤄질 줄 몰랐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티는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31)과 함께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 공작원에게 속아 이용당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을 사건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두 사람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면서 자기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했던 만큼 검찰의 이날 기소 취하는 갑작스럽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시티와 흐엉이 무고한 희생양이 됐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해 왔다. 특히 인도네시아 야소나 장관은 최근 시티의 송환을 요구하는 서신을 말레이시아에 보냈고, 지난 8일 이를 허용한다는 답신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에 대해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어 유죄 판결이 날 경우 두 나라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반대로 두 여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북한 정권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는 모양새가 돼 북한 측의 반감을 살 수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겠다”며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두 여성에 대한 공소를 취하해 사건을 종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흐엉도 검찰 기소 취하로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취소를 요청할 시간을 달라는 흐엉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9-03-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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