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대상 불량 ‘나라미’ 공급 비판
”정신장애를 앓는 내 딸이 앞으로도 벌레가 기어다니는 불량 쌀을 아무말 못하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최모(71)씨는 지난 5월24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딸(36)의 집으로 배달된 ‘나라미’(옛 정부미)를 열어 보고 설움과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최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친구의 집에서 나라미로 지은 밥을 몇 차례 먹어봤는데 찰기가 없고 푸석푸석했지만 생활비를 대주는 다른 딸의 부담을 덜어주려 신청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지원받는 쌀이니 질이 안 좋아도 참고 먹으려고 쌀을 베란다에 널어놓았는데 벌레가 나방이 돼 날아다녀 더운 여름에 베란다를 꽁꽁 닫고 생활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최씨가 보여준 나라미 쌀은 윤기를 잃고 누런 빛깔을 띠고 있었고 아직도 벌레 수십 마리가 들끓었다.
최씨는 “내 딸과 같은 소외계층이 불량품을 지원받아도 항의도 못한 채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불량 쌀 지급에 항의하기 위해 광주시청을 찾았고 시청 직원과 영광에 있는 도정공장 관계자는 딸의 집으로 찾아와 쌀을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처럼 바꿔달라고 항의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가 지난 2002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시중가의 절반값에 제공하는 나라미에 대해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쌀이니 안좋아도 참고 먹어야지”라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래 전시상태 등에 대비해 비축한 정부양곡인 ‘나라미’는 장기보관을 위해 수분함량이 15% 이하인 건조 벼 중심으로 수매가 이뤄지다 보니 지난 1월에도 한 방송에서 쌀이 마르고 잘 부서지는 등 질이 낮다고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광주지역에 공급된 나라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14만3천677포(20kg), 차상위계층 2만 9천359포(20kg) 수준이다.
이 쌀을 지원받는 소외계층에는 장애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이들을 감싸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나라미는 소외계층뿐 아니라 학교, 군 등 다양한 시설에 공급되며 2010년 생산 쌀을 공급해왔다”고 해명하며 “보관창고 소독, 습도 관리에 유의하도록 조치했고 문제가 된 영광의 도정공장에 대해서도 전남도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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