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 투표소 르포
서울시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한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투표 현장에서는 지역별·연령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중·장년, 노년층이 주로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고, 강남권의 참여율이 두드러졌다.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되자 일부 시민들은 아쉬워했다.
도준석·정연호기자 pado@seoul.co.kr
줄서고… 한산하고… 갈라진 민심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된 24일 강남권과 강북·서남권의 투표율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등 야권이 투표거부 운동을 펼친 가운데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은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인 반면 강북·서남권은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선 반면(왼쪽), 관악구 신림동 주민센터 투표소(오른쪽)는 한산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도준석·정연호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정연호기자 pado@seoul.co.kr
●‘지방선거 몰표’ 강남구 투표 두각
오전 8시 30분 강남구 삼성1동 주민센터 1층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는 4~5분 간격으로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40~50대의 중년여성과 할머니 유권자들이 많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몰표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밀어준 강남권은 다른 지역과 달리 투표하러 나온 주민으로 활기를 띠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주부 최모(44)씨는 “나도 딸이 있지만 소득 하위 50%의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집중 지원하는 것이 국가 장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투표 이유를 설명했다.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단국대 사범대부속고등학교 투표소에서는 오전 6시 40분쯤 유권자들이 100m가량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오후 들어 투표소를 찾는 강남 주민들의 발길이 다소 늘어나기도 했다.
●노년 참여율 높고 투표 여부 함구
반면 쪽방촌 거주자 등 저소득층 유권자가 많은 종로구 창신1동 주민센터에는 아침부터 중·노년층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았지만 총선·대선 등 대형 선거 때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극히 낮았다. 종로구 청운효자동 자치회관에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40~70대만 투표에 참여했다. 20~30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성별도 8대2의 비율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관악구 청룡동 관악구의회 투표소 역시 썰렁한 분위기였다. 투표 행위 자체가 오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투표 여부를 숨기는 이들도 많았다. 회사원 이종원씨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아 동료들끼리 서로 투표 여부를 묻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은 하루 종일 주민투표 여부에 대해 입 밖에 내는 것을 꺼렸다. 상당수의 구청 직원들은 여당 서울시장과 야당 구청장이 맞선 형국의 선거에서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워했다. 한 자치구 공무원 A씨는 “전면적 급식이 옳은지, 단계적 급식이 옳은지를 떠나 여야로 엇갈린 단체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이번 투표는 정말 불편하다.”고 말했다.
●吳시장·郭교육감 희비 교차
오 시장은 오전 6시 45분쯤 종로구 혜화동 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송현옥씨와 함께 표를 던졌다. 이후 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후에는 집무실에서 투표 마감 시간까지 투표율을 확인하다 모처로 떠났다.
곽노현 교육감은 오전 9시쯤 출근해 “이번 투표는 아이들에게 차별급식하자는 나쁜 투표”라면서 “투표 거부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육감으로서 투표에 참여할 수 없어 가장 강력한 반대의사 표시로 착한 거부를 했다.”고 말했다.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주민투표 종료 직후 “불의한 투표에 단호한 심판을 내린 위대한 서울시민의 승리”라면서 “시민들이 친환경 무상급식과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자평했다.
조현석·김효섭·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2011-08-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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