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관세청 자의적 처벌 관행에 제동

법원, 관세청 자의적 처벌 관행에 제동

입력 2011-08-25 00:00
수정 2011-08-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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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편으로 수출때 세관 신고 안해도 관세법 위반 아니다”

국제우편을 통해 의류나 액세서리를 수출하면서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는 이른바 ‘보따리상’을 처벌하던 관행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수출 신고를 하지 않은 무역업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제대로 특정하지 않은 수출신고 규정의 정비가 우선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관련 규정이 개정될 때까지 국제우편을 이용, 수출하는 보따리상들에 대한 관세 부과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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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유상재 부장판사는 24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무역업자 윤모(31)씨에 대해 일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관세청 고시는 수입의 경우,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반면 수출 규정은 미비하다. 수출시 신고하지 않은 무역업자를 관세청이 수입 규정을 적용해 고발하면 검찰은 약식기소해 벌금형으로 처분해 왔다.

윤씨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모두 513차례에 걸쳐 30억 9000만원 상당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일본에 우편으로 보내면서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동대문과 남대문 등지에서 의류를 떼다가 일본에 국제우편으로 보냈던 것이다. 한차례에 200만~1000만원어치의 우편물을 보낸 윤씨는 미신고에 대해 별다른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세청 수입통관고시는 국제수입우편물의 범위와 금액 등을 명확하게 규정한 반면 수출신고대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 고시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비록 윤씨가 수출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관세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출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에서 물품가격 200만원 이하에 대해 손쉬운 방법으로 수출신고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초과하는 물품은 수출신고를 해야 한다는 검찰 측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준수자에게 규제와 의무를 부과하거나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형법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돼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씨가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일본돈 1665만엔(약 2억 3454만원)을 들여온 것과 관련,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민영·최재헌기자 min@seoul.co.kr

2011-08-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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