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친서민 약발 먹힐까
한나라당이 추석을 맞아 ‘친서민 보따리’를 일거에 풀어 놓았다.지난 5일에는 청년 창업지원 예산을 5000억원으로 늘린다고 했고, 7일에는 ‘MB(이명박 대통령) 노믹스’의 상징이었던 감세 정책을 철회하기로 했다. 8일에는 1조 5000억원짜리 대학등록금 인하 대책을 내놓았고, 9일에는 우리 사회의 최대 난제인 비정규직을 정면으로 다루는 대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이 재정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정부를 압박해 친서민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데는 추석 민심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홍준표 “야당도 못했던 생각”
집권 후반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민심 이반에다 ‘안철수 바람’까지 겹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현재 공황 상태이다. 특단의 정책 변화로 당의 이미지를 ‘중도’, ‘서민’ 쪽으로 바꿔 추석 민심을 되돌려 보겠다는 다급함이 서민정책에 짙게 묻어 있는 셈이다.
홍준표 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정책위가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야당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냈다.”면서 “귀향 활동을 통해 한나라당이 서민정당으로 거듭나는 정책들을 지역구 주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이번 대책들은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라면서 “추석 이후 곧바로 사내하도급, 보육, 고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선 “그대로 믿을까 걱정”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은 “친서민 정책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는데, 한나라당이 무엇을 한다고 하면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드물다.”면서 “정책 내용이 아니라 메신저(전달자)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09-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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