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복지부, 건보료 폭탄 인상 발표…대참사 혼란 틈타 ‘물타기’ 꼼수

[현장 블로그] 복지부, 건보료 폭탄 인상 발표…대참사 혼란 틈타 ‘물타기’ 꼼수

입력 2014-04-23 00:00
수정 2014-04-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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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주 보건복지부 대변인실과 기자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세월호 생중계만 지켜보며 실종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지난 18일 복지부가 예고에 없던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자료를 슬며시 내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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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사회부 기자
이현정 사회부 기자
지난해 보험료를 정산한 결과 1조 5894억원의 정산보험료가 발생해 직장인의 60%가 평균 12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봉의 직장인들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건보료 폭탄’이 떨어진 셈입니다. 건보료 정산은 매년 이뤄지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복지부는 출입기자들에게 사전 설명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설명은커녕 예고도 없이 자료 배포가 이뤄졌습니다.

기자들이 “오늘 내보내면 주목도가 떨어진다. 중요한 기사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다음 주에 내보내자”고 했지만 복지부는 배포를 강행했습니다. 세월호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한정된 지면에 건보료 정산 기사를 크게 담을 수 없었던 신문들은 대부분 관련 기사를 짧게 보도했습니다. 온 국민의 시선이 세월호에 쏠린 사이 자료가 공개돼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사가 묻혀 버리고 만 셈입니다. 열독률이 높지 않은 토요일자 신문에 맞춰 금요일에 자료를 발표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여권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시름을 덜게 됐습니다.

자료 배포를 지시한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보도가 미리 나가면 해당 직장에서 정산하기 편하기 때문에 가급적 일찍 내보내자고 해 가능한 시기를 고르다 보니 18일에 발표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했다는 의구심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복지부는 2011년 4월에도 건보료 정산 자료 발표를 28일로 미루다가 ‘관권 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배포 하루 전인 27일은 4·27 재·보궐선거 투표일이었습니다.

hjlee@seoul.co.kr
2014-04-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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