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작업 불완전’-’올해 새로 발생’ 논란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사무소 뒤쪽 소나무밭에서 재선충병으로 죽어가는 소나무 2∼3그루가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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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병으로 고사하는 제주 소나무
3일 제주시 애월읍사무소 뒤쪽 소나무밭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재선충병으로 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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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한 상태의 소나무들은 도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가 지난 5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도 전역의 기존 재선충병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98그루 중 42.9%인 42그루가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제작해 배포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실무매뉴얼’(이하 재선충병 방제 매뉴얼)에는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의 80%는 그해 9∼12월에 고사하고 나머지 20%는 다음해 3∼4월에 고사한다고 되어 있지만 현재까지도 고사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제주도가 지난 5월 8일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선언했지만 불과 2개월도 안돼 도내 곳곳에서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들이 확인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 재선충병이 재난 수준으로 번지자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4월까지 8개월 동안 모두 54만5천여 그루의 고사한 소나무를 베어내고 재선충병 방제 매뉴얼에 따라 충실하게 고사목 제거 작업을 시행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재선충병 고사목이 나타나고 있어 고사목 제거 작업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 재선충병 방제 매뉴얼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선충병 방제 매뉴얼은 최종적으로 5월 15일까지 고사목을 모두 제거하면 9월부터 새로운 고사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우화한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오는 9월쯤 가서야 본격적으로 고사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솔수염하늘소는 보통 5월 말에 우화해서 소나무 가지의 껍질을 갉아먹기 시작하는데 이때 재선충이 나무에 들어가 급속히 번식한다. 감염 20일 후부터 소나무의 묵은 잎이 아래로 처지며 시들기 시작하고 30일 뒤에는 잎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죽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완전히 고사하기까지 약 3개월 정도 걸린다.
또 겨울이 오기 직전에 소나무에 들어간 재선충은 추운 겨울에 증식하지 못하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이듬해 3월부터 증식하기 시작하므로 늦게는 5월까지도 고사목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판단하면 일단 지난 4월로 마무리된 제주도의 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작업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5월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사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선충병에 걸렸다가 인제 와서 고사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들어 새롭게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지난 5월 말에 우화한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곧바로 재선충병에 감염됐다면 지금쯤 충분히 고사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이런 가정이 맞는다면 재선충병 방제 매뉴얼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이미 재선충병에 걸렸던 소나무들이 고사하는 것인지 올해 새롭게 재선충병에 감염돼 고사하는 것인지 밝히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6월 2일 선흘곶자왈 시험림에서 올해 처음으로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서야 재선충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 박사는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이 기온이나 강수량 등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는 데다 재선충이 증식하는 시기도 나무마다 달라 일반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재선충병 방제 매뉴얼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기온이 낮고 비도 많이 내려 솔수염하늘소의 우화 시기도 일주일 정도 늦었다는 것이다.
도의 대대적으로 고사목 제거작업을 벌었음에도 계속해서 소나무 고사목이 발생한 만큼 재선충병 고사목 발생에 대한 모니터링을 연중 철저히 해서 제주도의 실정에 알맞은 방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도 8월부터 재선충병 발생에 따른 소나무 고사 현황을 조사하고 방제 계획을 수립해 9월 하순부터 내년 4월까지 방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도와 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도 전년 발생량의 50% 정도 규모로 소나무 재선충병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완전 퇴치가 어려운 만큼 매년 발생량을 50%씩 줄여 10% 정도 선에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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