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초구, 주민대피 지시 소홀…서울시는 책임 없어”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유족이 4년에 걸친 소송 끝에 첫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이은희 부장판사)는 숨진 A씨의 부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초구는 1억3천8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산사태가 났던 2011년 7월27일 당시 23세로 우면산 보덕사 내 무허가 건물에 머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잠을 자다 건물을 덮친 토사에 파묻혀 숨졌다.
A씨의 부모는 그해 11월 “산사태를 예방하고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며 서초구와 서울특별시, 무허가 건물 주인을 상대로 모두 3억4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4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 끝에 법원은 서초구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서초구는 호우의 정도와 추이, 2010년 산사태 발생지 등을 고려해 산사태 경보를 발생할 요건이 구비됐고, 산사태 발생의 현실적 가능성, 주민들에 대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시 경보를 발령하고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에게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 지시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경위와 결과, A씨의 과실 정도 등을 고려해 서초구의 책임은 40%로 제한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울시의 경우 재난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무허가 건물주인도 A씨에게 대피를 권유하는 전화를 했지만 A씨가 받지 않았다며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집중호우와 부실한 풍수해 대책 등이 겹쳐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16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서울 시내 역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당국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선고였던 임방춘(68) 유족 대표는 올해 2월 패소했다. 임씨는 산사태로 쓰러진 나무에 아들을 잃었다.
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서초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며 “당시의 교훈을 헛되이 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싸우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달 20일에도 우면산 산사태 유족 46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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