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한숨도 못자”…뜬눈 지새운 대전 폭발빌라 주민들

“밤새 한숨도 못자”…뜬눈 지새운 대전 폭발빌라 주민들

입력 2016-03-30 15:40
수정 2016-03-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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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친척 집에서 하룻밤…옷가지라도 챙기려 현장 찾아

“밤새 한숨도 못 잤어…돌아가신 영감이 기초 공사부터 한 집인데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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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원인을 찾아라’
’폭발 원인을 찾아라’ 30일 오후 대전 동구 한 빌라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이 빌라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다치고, 이재민 99명이 발생했다.연합뉴스
대전 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된 박모(85) 할머니는 사고 당시 생각이 자꾸 나 밤잠을 못 이뤘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오후 1시 52분께 대전 동구 한 빌라 3층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주민 2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유리창과 건물 잔해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당시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폭발 여파로 건물이 붕괴할 우려까지 있어 동구 측은 이 빌라와 인근 52가구 주민 99명을 대피시켰다.

박 할머니는 인근 교회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사고 당시 1층 집에 있었던 그는 ‘펑’ 하는 굉음에 놀라 겨우 몸만 빠져 나왔다고 했다.

현장이 조금 정리된 뒤에야 휴대전화만 들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1982년 건축됐을 때부터 이 빌라에 살아온 박 할머니는 “돌아가신 영감이 이 빌라 터 잡을 때부터 매일같이 공사 현장을 들여다보고, 공사 대금도 직접 처리해 애착이 많은 집”이라며 “집이 폐허가 돼 할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폭발 사고 하루가 지난 30일 오전 현장에서는 동구, 소방당국, 경찰 관계자 등이 안전 진단을 진행했다.

사고 당일 주민 대피 규모를 정하기 위해 안전 진단이 진행됐고, 이날 진단은 철거 범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정밀 진단 결과가 나오는 시점은 수 일 또는 몇 주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동구 측은 설명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현장을 찾은 이재민들도 다수 있었다.

아들 집에서 잠을 잤다는 한 주민은 “폭발음이 생각나서 자면서도 깜짝 놀라기를 반복했다”며 “옷이라도 갖고 올 수 있을까 해서 나와봤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빌라는 현재 경찰 등 관계자를 제외한 주민 등의 출입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맞은 편 빌라 주민들만 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옷가지를 챙겨서 나올 수 있었다.

출입이 전면 금지된 빌라에 사는 한 주민은 “안전 진단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몰라 답답하다”며 “집 밖에서 지내는 기한이라도 정해 준다면 거처를 마련할텐데 속상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구청 측은 전날부터 사고대책본부를 편성, 본격적인 주민 피해를 파악하는 등 본격적 구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이날 건물 지지대가 설치됨에 따라 오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이 폭발 원인 규명을 위한 감식을 진행했다.

일각에서 도시가스 폭발 가능성이 나오는만큼 감식반은 밸브 연결 부위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진단 작업을 하는 한편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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