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두 이름으로 한일 오가며 소매치기한 할머니

수십년간 두 이름으로 한일 오가며 소매치기한 할머니

입력 2016-06-15 12:45
수정 2016-06-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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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착오로 이름이 두 개…전과만 38범

행정착오로 얻게 된 두 개의 인적사항을 번갈아 사용하며 수십 년 동안 금품을 털어온 70대 여성이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50여년 동안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조모(72)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씨는 3월6일 오후 3시20분께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옷을 사는 이모(64)씨의 뒤에 다가가 스카프로 이씨 핸드백을 가린 채 현금 60만원 등 100만원어치 금품이 든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조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조씨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으로 피난을 갔다가 부모와 헤어졌다.

다행히 혼자가 된 자신을 발견해 보육원에 데려다준 사람의 딸로 입양돼 초등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조씨 성도 양아버지의 성을 따라 주민등록을 해 얻게 됐다.

그러나 낯선 집안에 적응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매치기 방법을 배운 조씨는 16살 때부터 남의 물건을 훔치며 경찰서를 들락날락했다.

한 해가 멀다 하고 전과가 쌓이는 통에 1976년에야 뒤늦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조씨는 1983년 이산가족 찾기 방송으로 헤어진 부모를 만났다.

그제야 자신의 진짜 성이 ‘김’이라는 걸 안 조씨는 김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새로 주민등록을 했다.

문제는 조씨가 새 이름을 등록하며 기존의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이름 모두 적법하게 성립된 주민등록이라면 한 개는 말소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호적이 두 개가 되는 행정상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피의자는 조 아무개와 김 아무개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살기 시작했다.

조씨는 자신의 호적이 두 개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평소에는 조 아무개라는 이름을 쓰다가도 집행유예 기간에 소매치기하다 잡히면 경찰 조사에서 김 아무개라는 이름을 밝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법의 손길을 피하기 쉬웠던 조씨는 1992년부터 2004년 사이 50차례 일본을 오가며 원정 소매치기를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2번이나 추방되기도 했다.

2009년과 2014년에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밀항해 일본에 들어가려다 검거됐다.

경찰은 조씨의 지문과 주민등록 상 지문을 비교해 조씨와 김씨가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수배 중이던 조씨가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38범에 이르는 전과 기록도 한 사람의 전과로 정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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