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키운 노모와 떠난 여행인데…졸음운전에 일가족 풍비박산

4남매 키운 노모와 떠난 여행인데…졸음운전에 일가족 풍비박산

입력 2016-08-15 16:59
수정 2016-08-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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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서 졸음운전 트레일러 일가족 탄 차량 등 덮쳐 8명 사상

노모와 함께 남녘 바닷가로 떠난 남매의 여행길은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풍광에 닿지도 못한 채 화물차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풍비박산이 됐다.

전북 고창군 고창읍 조모(36)씨 가족의 평온했던 일상이 산산이 부서진 시각은 14일 오후 2시 10분께.

이 시각 전남 여수시 만흥동 엑스포 자동차 전용도로 마래터널 안에서는 시멘트를 실은 25t 트레일러 차량이 휴가철 정체로 멈춰선 차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꽝’하는 굉음과 함께 조씨 가족이 탄 아반떼 승용차를 덮친 충격은 늘어선 선행 차들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차량 10대가 연쇄적으로 부딪힌 사고의 충격으로 조씨 어머니 김모(61)씨가 숨지고 큰 누나(41)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운전자 조씨와 조수석에 앉아있던 작은 누나(39)도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른 차량에 탄 운전자와 피서객 등 4명도 다쳤다.

조씨 가족에게 이날은 특별한 여름날이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막내 조씨와 작은딸이 고향 집에 내려와 모처럼 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이었다.

남매는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고된 농사를 지으며 네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에게 남해 쪽빛 바다가 펼쳐진 여수 향일암 풍광을 보여주고자 이날 길을 떠났다.

남매는 ‘향일암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는 이웃의 여행담을 전하던 어머니 이야기를 기억해 목적지를 여수로 정했다.

첫째 아들(44)은 몸이 불편해 고창 집에 머물다가 비보를 전해 들은 이웃의 도움으로 뒤늦게 여수를 향해 출발했다.

하루도 안 돼 병원 영안실에서 다시 만난 큰아들과 동생들은 어머니 시신을 수습해 15일 낮 고향으로 돌아왔다.

순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둘째를 남겨두고 가는 세 남매의 걸음걸음마다 눈물이 고였다.

빈소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손길이 오가는 고창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비통한 침묵만이 흘렀다.

예상 못 한 비극이 믿기지 않는 듯 놀란 가슴에는 아직 슬픔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빈소를 찾은 조씨 친척은 “어려운 경제 형편과 말 못할 가족 사정으로 네 아이 모두 결혼하지 못했다”며 “숨진 김씨는 몸이 불편한 첫째 아들과 큰딸을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웅다웅 다툴 때도 있었고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단란하고 행복했던 가족이었다”며 “너무도 참담한 심경이다”고 말했다.

비극은 나른한 오후에 운전대를 잡고 졸음에 빠졌던 트레일러 운전기사 유모(53)씨의 과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를 조사하는 전남 여수경찰서는 유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관계 당국에 트레일러 차량 주행 속도 분석을 의뢰하는 등 사고 경위를 파악해 유씨의 신병 처리를 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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