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변한 일터 본 서문시장 상인들 “생계 터 잃어 막막”

폐허로 변한 일터 본 서문시장 상인들 “생계 터 잃어 막막”

입력 2016-12-01 16:19
수정 2016-12-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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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이틀째 눈물·한숨…“사형 선고받은 기분”

대형 화재로 잿더미가 된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은 불이 난 지 이틀째인 1일 시장을 다시 찾아 애를 태웠다.

경찰은 통제해온 4지구 건물을 이날 인근 주차 빌딩을 이용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상인들은 폐허처럼 변한 일터가 한눈에 들어오자 눈물짓거나 깊은 한숨을 쉬었다.

죄다 타버린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닌데도 뼈대만 남아 무너질 듯한 건물을 막상 마주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4지구에서 부모가 한복 점포를 운영한다는 김민지(39·여)씨는 “가족 생계 터를 잃었다. 막막하다”며 눈물을 닦았다.

소방관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상인 김모(56)씨는 “보상이 문제냐. 지금 죽게 생겼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상인이 다 타버린 점포에 들어가 남은 물건을 챙기려 했지만 다른 상인이 “못 들어간단다. 안 된단다”고 하자 포기했다.

한 상인은 “남은 물건도 못 찾게 돼 사형 선고를 받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잠시 서문시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반기기도 했지만 4지구 상인들에게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도모(63)씨는 “피해 상인들과 대화도 안 나누고 한 바퀴 돌아보고 갈 거면 뭐하러 왔나”라며 “어려움이 뭔지 들어보고 힘내라 말 한마디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4지구 건물은 최대 76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상인이 개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내부 자산 피해는 각자 떠안아야 할 처지여서 상인들 마음이 더욱 무겁다.

대구시는 서문시장 4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상인들이 실의에 빠진 가운데 경찰은 이날 현장 감식을 벌이고 불이 난 곳 주변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감식에 앞서 대구 중구 등이 4지구 건물 안전진단을 한 결과 잠정적으로 ‘E’ 등급이라며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구청 측은 화재 건물에서 떨어진 잔해를 정리하고 주변 통행에 위험이 없도록 펜스, 조명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문시장 4지구에서는 지난달 30일 오전 2시 8분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뒤 이틀째 잔불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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