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머리 걸릴 뻔”… 사람 잡는 ‘선거 현수막’

“어, 머리 걸릴 뻔”… 사람 잡는 ‘선거 현수막’

강동용 기자
강동용 기자
입력 2024-03-12 03:56
수정 2024-03-12 03: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총선 앞두고 현수막 공해 극심

키 높이와 비슷해 보행 방해
교차로선 운전자 시야 가려
‘2.5m 제한’ 규정은 무용지물

선거구 내에 읍면동 2배수 가능
공식 선거운동 땐 더 심해질 듯
“규정 확립하고 온라인 활용해야”
이미지 확대
11일 서울 영등포구청역 근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탑승자의 외투가 정당 현수막에 걸려 통행이 어려운 모습. 이 현수막은 밑단 높이가 2.5m 이상 되도록 설치해야 하는 옥외광고물법 규정을 위반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청역 근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탑승자의 외투가 정당 현수막에 걸려 통행이 어려운 모습. 이 현수막은 밑단 높이가 2.5m 이상 되도록 설치해야 하는 옥외광고물법 규정을 위반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역 인근.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던 시민이 유난히 낮게 걸린 현수막에 외투가 걸려 휘청거리다 넘어질 뻔했다. 이 시민은 다행히 중심을 잡았지만 이번엔 우회전하는 차들이 현수막에 가려진 보행자를 확인하지 못해 몇 번이나 급제동하는 등 아찔한 광경이 연출됐다. 이곳을 매일 지나는 오한나(40)씨는 “여러 정당별 현수막이 시야를 가려서 차는 물론이고 자전거나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현수막을 더 높게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신문이 이날 영등포구청역·목동역·건대입구역·상봉역·회기역·국회대로 앞·당산로 앞 등 모두 7곳을 둘러본 결과 모든 지역에 규정을 위반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제22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사거리나 지하철역 주변에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현수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교차로에 설치된 현수막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주의력을 분산시켜 사고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역 인근에도 각 정당이 내건 현수막이 즐비했다. 횡단보도 바로 옆의 한 현수막은 사람의 키 높이 정도에 걸려 있어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 시야도 가렸다. 현수막 밑단 높이가 2.5m 이상 되도록 설치해야 하는 현행 규정은 무용지물이었다. 이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운전자 곽모(52)씨는 “현수막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잘 안 보인다. 누가 갑자기 현수막 뒤에서 튀어나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각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했다. 교차로·횡단보도·버스 정류장 주변에서 현수막 밑단의 높이는 2.5m 이상이 돼야 한다. 또 가로등 기둥이나 전봇대에는 현수막을 3개 이상 설치할 수 없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소방시설 주변은 아예 설치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다시 현수막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오는 2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이러한 현수막 공해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옥외광고물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상 현수막 부착 규정을 따른다. 공직선거법에는 현수막 부착 높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스쿨존과 소방시설 주변에 현수막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또 선거구 안에 있는 읍면동의 2배수에 달하는 현수막을 선거구 내 어느 장소에나 내걸 수 있다. 예컨대 선거구 내 읍면동이 10개이면 정당별로 모두 20개의 현수막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특정 장소에 쏠려서 설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 속에서 서울지하철 일부 역사가 체감온도 40도에 가까운 ‘찜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영등포 제4선거구)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지하철 각 호선 주요 역사 17개 역을 대상으로 오전 8시, 오후 3시, 오후 6시의 온도를 표본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옥수역의 경우 24일 오후 3시 39.3도, 오후 6시 38.1도를 기록하는 등 시민들은 ‘찜통역’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2호선 성수역 또한 24일 오후 39도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조사한 3일간 오전 8시 온도 역시 30도를 넘겨 오후 기록보다는 낮지만, 서울지하철 기준온도(가동기준온도 29℃)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지하역사인 아현역(최고 31.2도), 한성대입구역(최고 31.5도), 서울역(30.5도)도 조사 기간 내 오후뿐만 아니라 아침 시간대에도 이미 29~30도를 기록하여 시민들이 온종일 더위에 노출되고 있으며, 실제 체감온도는 측정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상역사에 비해 지하역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밀폐 구조로 인해 공기가
thumbnail -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선거철만 되면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는 정당 현수막이 난립해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환경과 보행자 안전 등을 위해서라도 온라인 선거 공보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4-03-12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