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검사, 친구들과 나눈 카톡 메세지엔…“술 취해서 때린다”

자살 검사, 친구들과 나눈 카톡 메세지엔…“술 취해서 때린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6-30 08:20
수정 2016-06-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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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검사, 친구들과 나눈 카톡 메세지엔…”술 취해서 때린다”
자살 검사, 친구들과 나눈 카톡 메세지엔…”술 취해서 때린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 김모(33)씨가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김씨는 해당 메시지에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상사의 폭언과 부당 행위에 대한 괴로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30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얼마 전 친구들에게 “스트레스 탓에 어금니가 빠졌다”, “(상사가)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슬프다 사는 게”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2년 차 새내기 검사로 장래가 촉망받던 인물로 불렸지만, 실상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김 검사가 남긴 메시지에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부장검사의 부당행위와 실적 압박에 대한 서러움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이 부른다. 여의도에 있는데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가는 길”

“와...15분 지나니 딱 전화 온다. 도착하니 부장은 취해서 강남 XXX동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다”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슬프다 사는 게”

상사의 폭언에도 참고 견디려 했던 김 검사는 자신의 견디는 모습마저 비난한 상사에 대한 일화도 언급했다.

김 검사는 “욕을 먹어도 웃으면서 버텼더니, (오히려) 술 마시면서 나한테 당당하다고 욕을 했다”면서 “매일매일 부장(검사)한테 욕먹으니 진짜 살이 쭉쭉 빠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진짜 든다”며 친구에게 “같이 개업할래? 지방에 가서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제안했다.

김 검사의 메시지에서 실적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도 엿볼 수 있다.

“거의 이틀 밤을 새웠다”는 김 검사는 “매달마다 시험을 치는 느낌”이라며 “숫자 몇 개 남았는지로 모든 걸 평가한다”고 전했다.

또 “맨날 실적을 취합해서 일일보고를 만들고, 매주 화요일마다 주간업무보고를 만들고, 매월 중순에 월간업무보고를 만들고, 매월 말에 4대악 실적 보고를 만든다”면서 “각 실적 취합 시점도 달라서 만들 때마다 계산해야 한다”고 엄청난 업무량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김 검사는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술 시중드는데, 죽고 싶다”, “스트레스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엄청 많이 났다. 이불에 다 묻었다” 등의 말을 남긴 것.

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구들과 나눈 대화에서 상사의 모욕적인 행위와 실적 압박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관련자의 진술을 받는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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