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재심은 ‘바늘구멍’…여권 공수처 카드는 효과 의문

한명숙 사건 재심은 ‘바늘구멍’…여권 공수처 카드는 효과 의문

허백윤 기자
입력 2020-05-21 22:04
수정 2020-05-2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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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요건 증거 위·변조 등 7가지로 엄격

한만호 비망록 재판 때 이미 증거 제출
여권 당시 검찰수사 문제 삼는 데 초점
박주민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
검사 직권남용 입증 사실상 쉽지 않아
공수처 수사로 판결 번복 불가능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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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법 수수 사건을 두고 여권에서 재조사 요구가 나오면서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재심’이 아닌 ‘재조사’를 언급하며 이르면 오는 7월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도 거론하고 있어 가능성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며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는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을 거론하며 “(검찰, 법무부, 법원 등) 수뇌부가 한 번 더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에서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뭐라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짚어 보기 위해서는 판결에 불복하는 구제 절차인 재심을 거치면 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420조에 규정된 7가지 재심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증거가 위조·변조됐을 때 ▲증언·감정·통역 등이 허위인 것이 증명됐을 때 ▲무고나 수사 잘못으로 유죄 판단을 받았을 때 등이 해당된다.

새 증거가 나왔더라도 무죄가 인정될 만큼 명백해야 하지만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다뤄졌던 사안이다. 이에 여권에서도 재심이 아닌 재조사나 공수처 조사를 꺼내 들며, 당시 검찰 수사부터 문제 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설치법에 따라 공수처는 판사나 검사의 직권남용 등 직무에 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당시 수사팀이 한씨를 회유 또는 협박해 허위 진술을 받아 낸 것이 입증되고 판결로 확정되면 한 전 총리 사건도 재심 절차를 밟을 수는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를 통해 판결이 번복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사의 직권남용 여부가 입증되려면 죄가 전혀 안 되는데 누명을 씌워 유죄판결을 받도록 했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13명 전원이 뇌물액 9억여원 중 3억원에 대해 유죄로 봤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뒤집힐 정도로 검찰의 직권남용 행위가 명백해야 한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여당의 목적은 판결을 뒤집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한 전 총리가 억울하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 같다”면서 “여당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0-05-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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