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요건 증거 위·변조 등 7가지로 엄격
한만호 비망록 재판 때 이미 증거 제출여권 당시 검찰수사 문제 삼는 데 초점
박주민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
검사 직권남용 입증 사실상 쉽지 않아
공수처 수사로 판결 번복 불가능 관측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며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는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을 거론하며 “(검찰, 법무부, 법원 등) 수뇌부가 한 번 더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에서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뭐라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짚어 보기 위해서는 판결에 불복하는 구제 절차인 재심을 거치면 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420조에 규정된 7가지 재심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증거가 위조·변조됐을 때 ▲증언·감정·통역 등이 허위인 것이 증명됐을 때 ▲무고나 수사 잘못으로 유죄 판단을 받았을 때 등이 해당된다.
새 증거가 나왔더라도 무죄가 인정될 만큼 명백해야 하지만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다뤄졌던 사안이다. 이에 여권에서도 재심이 아닌 재조사나 공수처 조사를 꺼내 들며, 당시 검찰 수사부터 문제 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설치법에 따라 공수처는 판사나 검사의 직권남용 등 직무에 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당시 수사팀이 한씨를 회유 또는 협박해 허위 진술을 받아 낸 것이 입증되고 판결로 확정되면 한 전 총리 사건도 재심 절차를 밟을 수는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를 통해 판결이 번복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사의 직권남용 여부가 입증되려면 죄가 전혀 안 되는데 누명을 씌워 유죄판결을 받도록 했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13명 전원이 뇌물액 9억여원 중 3억원에 대해 유죄로 봤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뒤집힐 정도로 검찰의 직권남용 행위가 명백해야 한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여당의 목적은 판결을 뒤집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한 전 총리가 억울하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 같다”면서 “여당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0-05-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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