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격에만 도취된 한국 배구

화려한 공격에만 도취된 한국 배구

입력 2010-11-26 00:00
수정 2010-11-2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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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전담 석진욱 부상에 일본에 역전패… 결승행 좌절

배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비와 공격이 반복된다. 대부분의 경우 리시브-토스-스파이크로 이어지는 3회의 볼터치로 득점을 노린다. 리시브는 실점을 막는 동시에 공격의 시작이다. 안정적인 리시브는 토스를 거쳐 강력한 스파이크나 재치있는 연타로 이어진다. 반면 리시브가 불안하면 팀의 전형이 흐트러지고,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다. 실점이 많아지고, 분위기가 넘어가고, 결국 경기의 승부도 넘겨주게 된다. 이게 배구의 기본이다.

☞[아시안 게임 화보] 광저우 정복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높이와 힘이 그 수준을 좌우하는 공격능력은 좋은 탄력과 큰 키를 타고난 선수들이 잘한다. 하지만 수비는 다르다. 물론 타고난 반사신경이 중요하지만 순발력과 예측력, 판단력, 몸을 던지는 과감성과 정확성 등은 끊임없는 연습이 아니면 키워기 힘든 능력이다.

한국 프로배구무대에서 언제부터인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잘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수비를 등한시하고 공격에만 열중하다보니 공격만 잘하는 ‘반쪽선수’들이 늘어났다. 결국 이런 현상이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남자배구의 발목을 잡았다.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만난 ‘숙적’ 일본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했다.

대표팀의 ‘맏형’ 석진욱(삼성화재)을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 서브리시브와 수비상황에서 궂은 일을 전담했던 석진욱이 4세트 중반 무릎 부상으로 빠진 뒤 한국의 수비는 완전히 흐트러졌다. 석진욱 대신 투입된 신영수는 서브 에이스 2개를 헌납했고, 공격도 철저히 막혔다. 뒤이어 투입된 김학민(이상 대한항공)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비가 흔들리다 보니 주포 박철우(삼성화재)와 문성민(현대캐피탈)도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끈질긴 수비력을 갖춘 레프트가 석진욱 한 명밖에 없었던 한국은 결국 석진욱의 부상과 함께 대회 3연패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아시안게임 3연패보다 값진 교훈을 얻었다. 화려한 공격에만 도취된 한국 배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11-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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