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장애인 선수 성적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대구에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스타트 라인에 선다. 남자 400m와 1600m 계주에 출전한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와 남자 100m에서 뛸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 장애인대회 스타인 둘이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낼까.
육상은 기록경기라 추측해 볼 수 있다. 기록으로 미뤄 볼 때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둘의 메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선에 진출하는 것도 기적에 가깝다. 이변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
그래도 메달 가능성은 탄소섬유 의족을 단 피스토리우스가 스미스보다 높다. 이번 대회 400m에 최강자가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5년,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미국의 제임스 워리너(43초 45)가 대구 대회에 부상으로 불참한다.
●피스토리우스, 기록면에서 상승세
반면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7월 이탈리아 라그나노 대회에서 자신의 종전 기록(45초 61)을 0.54초 앞당겨 45초 07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회 이 종목 출전 선수는 모두 45명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00m 종목의 예선 통과 기록은 45초 49다. 8위로 준결승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은 44초 97로 피스토리우스의 최고 기록보다 0.1초 앞선다. 올 시즌 44초대를 끊은 선수만 15명이 대구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상승세를 이어가 자신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워야 결선에 오를 수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통 시력의 6~8% 수준인 스미스는 경쟁자보다 기록이 많이 처진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등 세계 최고의 건각들이 즐비하다. 올 시즌 9초대에 뛴 스프린터 14명이 대구스타디움의 몬도트랙을 밟는다. 시즌 최고 기록인 9초 78을 달린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이 22일 입국했고, 지난 16일 들어온 세계기록 보유자 볼트(9초 58)도 부상임에도 시즌 최고 기록은 9초 88로 스미스보다 한참 앞선다.
●스미스, 최고기록 10초 22로 대회 출전
스미스는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시즌 베스트인 10초 22로 대구 대회에 출전한다. 물론 스미스도 줄곧 기록을 줄여 왔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2009년 10초 41, 지난해 10초 32를 작성했다. 스미스는 “메이저 대회에 나와서 영광이다. 많이 배운다는 자세로 뛰겠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내 기록을 넘겠다.”고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육상 역사에 한장을 추가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08-2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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