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서 ‘아세안 외교전쟁’
남중국해 영유권 최대 이슈로美·日 vs 中·러 구도 공고화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외교를 큰 무리 없이 마무리한 가운데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북핵과 더불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사드로 한 차례 정면충돌을 한 미·중 정상은 라오스에서 다시 남중국해 문제로 ‘2차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 균형외교를 표방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이다.
6일 박 대통령이 방문한 라오스 비엔티안에서는 사흘 일정으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 회의와 양자 회담이 이어지며 북핵과 테러 대응, 역내 경제·사회 통합 등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 7월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중재판결 이후 아세안 정상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다. 최근 중국과 대화에 나선 필리핀은 이 문제를 적극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간 해양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날을 세워 온 미·일 정상은 강도 높게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다.
이미 미·중은 라오스에서 ‘우군 확보’를 위한 고강도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라오스를 첫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함께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경제·안보 지원 등을 약속하며 세력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안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오는 11~14일 중국에서 열리는 중·아세안 엑스프와 비즈니스 투자 정상회의에 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하는 등 경제협력을 앞세워 아세안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G20의 ‘제1주빈’이었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하는 등 ‘미·일 대 중·러’의 구도는 공고해지고 있다. 여기다 아세안 국가들까지 양 진영으로 갈라질 경우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중립을 내세운 우리 정부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9-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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