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부터 세빛둥둥섬 등…”되레 과거 종속” 비판도
서울시가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세빛둥둥섬, 신청사 건립 등 오세훈 전 시장의 주요 사업을 전시행정과 예산낭비의 사례로 규정,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백서를 연이어 발간하는 ‘거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거울프로젝트’ 첫번째 발간물로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의 문제점을 담은 백서 ‘세금은 서울시민의 혈세입니다-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를 통해 본 개선과제와 교훈’을 13일 발간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는 오 전 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서해뱃길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그러나 시의회 민주당측의 반대 등으로 2년8개월 동안 ‘ㄷ’자로 휘어져 있다가 지난 10월 직선 형태로 개통됐다. 공사비는 총 488억원이 투입됐지만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해뱃길사업이 좌초됨에 따라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백서 발간사에서 “과거 서울시는 전시행정에 치중해 현실성 부족한 대형토목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했고 대표적인 게 바로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견수렴 없이 무리하게 강행됐고 예비비 무단사용 등 절차상 하자도 있었으며 시민 안전 문제와 불편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총 203쪽 분량의 백서에는 양화대교 공사 추진 경과와 배경, 착공부터 공사재개까지의 과정, 추진과정상 문제점 등이 담겼다.
시는 백서에서 서해주운 연결사업의 비용편익 분석 때 수상버스 수요를 과다 적용하고 유류비 등 운영비 2천355억원을 빠뜨리는 등 기초자료를 잘못 적용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인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 때 하천 준설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전검토가 미비했고 평가가 마무리되기 전 착공한 점도 비판했다.
기본설계가 끝나기 전 실시설계를 발주한 점, 설계가 현장상황과 불일치해 공사비가 증가한 점,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경비를 예비비로 지출한 점, 보궐선거 중 공사를 강행한 점 등도 질타했다.
백서는 “정밀안전진단에서 타 교량과 비슷한 B등급인데도 교각 사이를 넓히는 데만 488억원을 썼다”고 비판한 뒤 정책 우선순위에 따른 예산 투입과 공론화 과정, 사전 타당성 검토 강화,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 신뢰관계 구축 등을 시사점으로 꼽으며 마무리됐다.
박 시장은 발간사 말미에서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며 “이번 백서에 잘못된 정책추진과정에 대한 모든 기록을 낱낱이 남겨 다시는 전시행정, 예산낭비사례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서 발간에 대해 되레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의회 김정재(새누리당) 의원은 “백서 발간은 박 시장의 ‘과거 깨기’의 연장선상”이라며 “자신의 정책에 대한 백서부터 발간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게 더 맞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시 힘들여 일했던 공무원 사기도 저하될 것”이라며 “재선 의지를 밝힌 마당에 이렇게 전임 시정을 비판하는 것은 선거 사전준비운동과 다름없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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